[건축여행]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 도서관. / 건축의 탄생에서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 도서관. / 건축의 탄생에서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what it wants to be?)"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은 건축하기 앞서 벽돌에 계속해서 이 질문을 던졌다. 같은 벽돌로 짓는 건축물이더라도 무엇으로(what) 만들어지고, 어떻게(how) 만들었는지 계속 질문했다. 그렇게 해야 건축의 본질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그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건축언어였다. 사람으로 치면 '너는 누구인가?'와 같은 맥락이다. 철학적일 수도 있지만, 그에게 있어 질문은 본질을 찾아가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었다.

건축의 탄생에서 루이스 칸은 다른 챕터에 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챕터였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칸의 건축언어를 조합해야 했기 때문이다. 넌 무엇이 되고 싶냐고 칸이 벽돌에 막연히 던지는 말 하나에 내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질서니, 형태니 하는 건축언어는 서로 다른 글에 흩어져 설명하고 있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흩어진 단어를 찾아 연결해야만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다보니 조금씩 연결고리가 생겼다. 그렇다면 칸은 어떤 건축 철학으로 건축물을 만들었을까?

건축을 할 때는 먼저 필요(need)와 욕구(desire)가 필요하다. 둘은 차이가 있다. 필요는 그저 건축주의 요구대로 모양(shape)을 만들면 되지만, 욕구는 어떤 창조적인 본능을 바탕으로 깨달음(realize)을 얻고나서, 건축의 '본질'인 폼(form)이 된다. 폼을 중심으로, 주공간(served space)과 부공간(servant space)으로 이루어진 질서(order)와 공간의 가장 기본 단위인 룸(Room)이 함께 상호보완하여 건축은 만들어진다. 여기서 룸은 사람이 공간을 가장 쾌적하게 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 단위로 건축을 이루는 가장 작은 하나의 모듈이다. 이를 여러 형태로 쌓아 만드는 것은 마치 레고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 이 내용이 바로 루이스 칸이 말하는 건축이다. 즉, 폼(본질)을 중심에 두고 있으면, 형태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루이스 칸이 지은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 도서관이 그렇다. 엑서터 도서관은 마크 저커버그가 다녔던 미국의 명문고등학교에 있는 도서관으로 차라리 하버드에서 공부한 게 더 쉬웠을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고등학교의 도서관이다. 칸은 먼저 어떻게 지어야 할까 칸은 고민했다. 도서관은 책 보관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이 사용하는 건물이기에 책으로 사람을 유인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어느 곳에서도 책을 인지할 수 있고,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이 도서관의 본질이다. 그래서 그는 내부는 동심원 구조의 룸으로 만들어 중심에는 아트리움과 라이브러리로 주공간을 만들고, 공간을 둘러싼 바깥 회랑에 열람실을 만들어 창을 내고 빛을 들여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유도한 부공간을 만들었다. 거기다가 건축 네 모서리에 입구를 열어 어느 곳에서나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고, 건축 외피는 학교건축과 같은 재료인 붉은 벽돌로 마감해 주변환경과 잘 어우러지게 했다. 그렇게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 도서관(Philips Exeter Academy Library, 1965~1972)은 만들어졌고, 이 건축물은 현재까지도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어릴 적부터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오며 자랐다. 어렸던 나 역시 앞으로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궁금했었다. 살면서 언제나 내 뜻대로 살아가는 삶이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항상 품어왔었기에 현재는 내가 원했던 삶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중이다. 많은 걸 놓쳐 버리긴 했어도, 그 과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뭐든지 알아가려면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그 본질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때부터 오롯이 내 형태가 만들어진다. 건축이나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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