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광규 충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하나있는 손녀딸이 우리와 만나면 일단 슈퍼에 가자고 조른다. 이제는 아주 습관처럼 되어 과자며 작은 장난감들을 그렇게 산다. 손녀의 입장에서 보면 할아버지와 함께 슈퍼에 가는 일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손녀의 눈에는 할아버지가 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마치 돈이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살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 교육을 위하여 알뜰 시장을 여는 학교들이 많이 있다. 경제 교육은 일상 생활에서 경제 관련 문제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돕는 교육을 말하는데 알뜰 시장에서는 자신들이 사용하던 장난감, 자신이 만든 물건, 수집품 등을 내 놓아 현금으로 거래하도록 한다.

이러한 알뜰 시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정과 학교에서 몇 가지 교육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부모님들은 알뜰 시장에서 사용될 현금을 그냥 아무런 노력없이 용돈으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큰 부담없이 완수할 수 있는 구두닦기, 독서, 청소, 안마해드리기, 분리수거하기 등을 약속한 계약을 통하여 5천원 정도의 용돈을 주어야 교육적 효과가 높다. 자신의 노력으로 준비한 현금에 대해서 훨씬 더 애착을 갖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시장 활동이 가능하도록 천막치기, 좌판을 만들어 놓기, 사용 가능한 현금의 상한 금액 정하기, 거래되는 물건의 상한가 정하기, 외상은 안 되며 반드시 현찰을 사용하기 등 몇 가지 규칙 이외에는 아이들의 경제 활동에 대하여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 아동이 아무런 상처없이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 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

자유로운 알뜰 시장은 성인들이 드러낼 수 있는 모든 모습들이 나타난다. 먼저는 시장이 개설되기 전부터 자신의 물건을 숨김없이 내놓고 미리 사고 팔 것을 약속하는 아이들도 있고, 산 물건을 다시 팔아 이익을 남기는 아이도 있으며, 망설이다가 물건 하나 사지 못한 아이도 있다. 또는 산 물건을 신나게 사용하고는 장끝 무렵 반품하겠다는 아이, 사고 싶은 물건을 다른 아이가 먼저 샀다며 우는 아이 등등.

학교에서 알뜰시장을 운영한 후에 빼놓지 말고 해야 할 활동 중 하나는 알뜰시장 되돌아 보기이다. 아이들은 알뜰 시장 활동을 한 후에 대부분 많은 아쉬움을 갖는다. 그런 아쉬웠던 경험을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너무 비싸게 샀다든지, 사고 보니 그렇게 원하던 물건이 아니었다든지,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비싸게 샀다든지, 나중에 보니 더 사고 싶은 것이 있는 데 돈이 없었다든지 하는 경험을 같이 나눈다. 이 시간에 아이들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평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이들은 실패의 경험에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깨우치며 배운다. 그리고 스스로 넘을 수 있는 힘을 길러가게 된다.

사랑하는 손녀와 손잡고 슈퍼에 들러 마음껏 사고 싶은 것을 사게 하는 것은 할아버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그러나 이제는 손녀의 손에 5천원을 쥐어주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남는 돈은 가지라고 한다. 그러면 물건을 사는데 훨씬 더 신중하게 되어 함부로 용돈을 소비하지 않는다.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br>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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