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노사 합의 행사 직전 '거부'
노조 "실망"… 한창섭 부지사 "재검토 할 것"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워라밸(일·가정 균형) 문화 확산 추세속에서 충북도가 세부실천계획을 세워놨다가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정부의 워라밸 슬로건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충북도와 노동조합은 워라밸 실천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해 당초 이달 1일 '워라밸 실천 서약식'을 갖기로 했지만 행사 직전에 돌연 취소했다. 행정부지사, 기획관리실장, 행정국장 등이 모두 동의해 추진해왔지만 최종결재권자인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공무원들은 매주 월~금요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간부회의와 회의자료 작성, 조기 출근, 행사 차출, 국비 확보를 위한 중앙부처 수시 방문 등으로 인한 업무과부하를 호소해왔다.

노사가 합의해 확정한 '서약서' 내용을 보면 5급 이상 간부의 경우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정시출퇴근데이, 가족의 날에는 솔선수범해 직원들이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자유로운 연가, 유연근무제,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적극 장려한다 ▶회의와 보고의 간소화로 업무효율성을 높인다 ▶긴급한 사안이 아닌 경우 근무시간 이후에 업무적 연락을 하지 않는다 등을 실천한다는 내용이다.

6급 이하는 ▶오래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경직된 의식을 타파하고 업무시간 내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일해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직장분위기 조성에 앞장선다 ▶정시 퇴근, 육아휴직 동료들이 눈치를 받지도 주지도 않는 모두가 즐거운 근무환경 만들기에 동참한다 ▶직급과 나이를 떠나 직원간 서로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며 격의없는 소통을 통해 행복한 직장문화조성에 앞장선다 등이다.

충북도청 공무원노조가 지난 8월 도청 내에서 워라밸 실천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청 공무원노조가 지난 8월 도청 내에서 워라밸 실천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서약식 후 오는 23일 노사화합콘서트를 갖고 워라밸 문화 확산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이병민 노조위원장은 "워라밸의 주요 목적은 단순히 저녁시간에 여가를 즐기자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생산성 위주의 회의, 효율적이고 간결한 보고체계, 근무시간 내 업무집중도 향상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개인과 조직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노사간 워라밸 실천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8월 성명을 통해 "(이시종 지사가 집권한) 지난 10년간 도민과 도정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리없이 일하면서 감내해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직원 복지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뿐"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창섭 행정부지사는 "워라밸은 전반적 사회분위기"라고 공감하면서도 "서약식을 안한다고 해서 실천을 안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지사, 실무들과 다시 논의해보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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