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曺-尹 환상조합 꿈꿨지만 갈등 야기…국민 갈등 야기에 송구"

[중부매일 김홍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취임한 지 35일 만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히자 청와대에서도 당혹해하는 기류가 읽혔다.

당장 오후 2시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려던 수석·보좌관회의는 오후 3시로 한 시간 연기됐다.

조 장관이 오후 2시에 사의를 표명한 만큼 긴급히 이와 관련한 대책 등을 논의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 전 강기정 정무수석은 김광진 정무비서관과 함께 국회에 들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상황을 공유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조 장관이 어제 당정청 회의 후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저는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라고 강조하고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 가며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의지와 계획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장관직을 물러나게 되어 안타깝고 아쉽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제 혼란과 갈등을 넘어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들은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조 장관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사퇴를 요구하는 등 성토를 쏟아냈다.

민주당에 따르면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조 장관의 사퇴설이 돌던 이 날 오후 1시 50분부터 600여개의 글이 게시됐다.

한 당원은 "이해찬이 원하던 그림이 이것이냐"며 "조국 장관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을 지키는 여당이 되겠다고? 이해찬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울분을 토하는 글도 있었다.

"다시 노무현 대통령 같은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는데 과거를 통한 배움이 없느냐", "민주당은 사람을 사지에 던지는 짓을 또 하는구나. 노무현 대통령 하나만으로 부족했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 사퇴 소식에 대외적으로는 직접적으로 '야당의 승리'라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국민의 승리'라고 공을 돌리며 표정 관리하는 분위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국 전 민정수석 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우습게 여겼던 이 정권이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조 장관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늦게나마 사퇴를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조 장관이 강조한 검찰개혁은 물론 조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조 장관의 고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 "검찰개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진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이 한 치의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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