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부장 / 천안주재

조국사태 속에 서초동과 광화문의 세 대결을 지켜봤다. 페르미법, 지하철 승하차 인원, 기지국을 통한 통화량 등 다양한 추산 방법이 동원됐지만 결론은 '무의미하다'였다. 급기야 언론은 집회 참여인원을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

충남 천안에서도 매년 무의미한 숫자놀음이 이어진다. 아니 천안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이 숫자놀음으로 지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바로 지역 대표축제의 방문객 인원이다.

되짚어 보면 매년 빠짐없이 개최되고 있는 천안흥타령춤축제의 기준인원은 120만명으로 보인다. 2010년 125만을 시작으로 2013년 138만까지 증가했다. 최근 5년에는 2015년 131만, 2016년 120만, 2018년, 120만, 2019년 123만으로 집계됐다.

축제기간 중 비가 내려 방문객의 발길이 끊겼던 2018년. 우천을 이유로 5만을 빼 120만으로 집계했으니 기준인원 120만명은 억지는 아닐 것이다.

천안흥타령춤축제의 방문객 추산 방법은 페르미법을 기본으로 각 무대와 부스의 참여인원을 합한 방식이다. 가령 공무원인 A가 개막식 관람 도중 축제장인 삼거리공원 내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경우 A는 2명으로 증가한다. 축제 주무부서 구성원인 A가 5일 동안 축제장을 누볐을 경우 A는 1명이지만 수십명으로 집계되는 방식이다. 게다가 거리퍼레이드가 진행될 경우 퍼레이드 시간 아라리오공원 주변에 있었다면 시민 누구나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흥타령춤축제 방문객으로 집계된다.

지자체의 축제 숫자놀음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의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축제 주최 측들이 이 숫자놀음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명분 쌓기용'에서 이 보다 손쉬운 방법이 없어서일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함에 있어 시민들에게 "이렇게 축제를 잘 키웠습니다"라고 과시하고, 외부에는 "이렇게 잘 되는 축제를 키워주세요"라고 호소하기 위함이다.

부디 '숫자놀음을 통한 명분 쌓기'보다는 '알찬 내용을 통한 명성 쌓기'에 치중하는 지역 특화 축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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