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박행화 옥천여자중학교

지난 여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에 참가하였다.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를 실감하며 대학 교정에 들어섰는데 낯선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교정은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자가용·푸드트럭·버스·택시 등이 혼잡하게 얽혀져 있었고, 그 사이를 30℃가 넘는 찜통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더위에!'하며 놀랐다.

새로운 교육 동향을 알고 싶어 참가한 나는 다양한 참가 구성원에도 놀랐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 지역주민, 학부모, 교육연구회, 교육전문가, 교육 관련 단체, 지자체 등 교육 자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전국 행사였다. 방학 중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숙박을 감당하면서 참석한 교사들도 대단했지만, 학교 밖에서 참가하신 분들의 관심과 열정 또한 경이로웠다.

3일 동안 '교육자치체제', '혁신과 미래교육', '시민과 교육주권'이라는 세 가지 큰 주제로, 특별강연 3개· 주제강연 12개·자유강연 21개·주제포럼 8개·자유토론 9개·전시부스 50개·공연 21개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고, 총 참가인원은 3천500여 명에 다다랐다. 17개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추진한 그동안의 교육성과를 나누고, 현장에서 실천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다 보니, 강연 선택을 갈등해야 했고, 한정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이 매우 아쉬웠지만, 참석하는 강연마다 열기는 뜨거웠다.

그동안 교육 관련 박람회를 많이 다녀봤지만, 이번 교육자치 콘퍼런스는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기존 행사는 교사가 실천한 일련의 교육 활동들을 모아 전시·체험하는 행사였다면, 이번 교육자치 콘퍼런스는 지역주민, 학부모, 교육연구회 등 교육관련 단체들이 고군분투해왔던 현장실천 사례를 밤늦게까지 발제·토의하는 공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뜻깊었다.

그동안 학교가 지역 속에 하나의 섬처럼 존재하던 것에서 벗어나, 민주적인 학교운영뿐만 아니라,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과 함께 하며 역동적인 지역 공동체로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하는 교육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뜨거운 8월, 나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이상적인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로 펼쳐진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 모세혈관의 순환이 우리의 건강을 말해주듯이, 학교와 지역·각종 교육단체와의 협력은 삶과 교육이 연계된 실뿌리 교육으로서 자치역량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마을로 확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어미 새가 있어 어린 새들은 날갯짓을 배운다.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우리 교육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던 것은 꿈을 품은 사람들의 고된 실천 때문이 아니었을까?

옥천여자중학교 박행화 교사 

비지땀을 흘리며 교정을 가득 메운 모든 사람들께 찬사를 보내며, 이번 교육자치 콘퍼런스에서 나는 바다를 건너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그 과정에서 펼쳐질 험난한 여정에 대한 자신감을, 내 가슴속에 살아있는 교육 자치와 지역교육에 대한 순정이 다시금 부풀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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