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가을이 깊어져만 갑니다. 깊어져 가는 가을은 생물들의 극심한 변화를 겪어야 합니다. 기존에 있던 것들이 변화한 뒤에는 곧 안정기가 도래합니다. 그 안정기는 다시 변화를 가지며 불안정한 상태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살아갑니다.

도심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도 그 안에는 회색빛이 숨겨져 있습니다. 흰색과 검은색을 섞으면 나오는 회색은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갖고 있는 중도의 색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시멘트는 그런 중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식주 중 보금자리인 또는 작은 개념의 서식지는 시멘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인이 아닌 이상 하루 중 시멘트를 한 번도 닿지 않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시멘트는 회석을 가공해서 만든 건축재료입니다. 역사는 로마시대부터 시작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800년대 들어와 화학적으로 가공하면서 건축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 철골을 넣긴 하지만 시멘트는 건축물의 살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사는 대부분의 건축물은 바로 이 시멘트로 만들어지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시멘트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대부분의 집은 우리가 짓고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일본의 석탄재 수입에 관련하여 시멘트에 대한 내용이 다시 부각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문제 때문에 시멘트는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요?

쓰레기시멘트라는 단어는 최근에 등장한 단어입니다. 1999년 8월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합니다. 시멘트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 등과 함께 유연탄 섞어 1400도 고열에서 태워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 자원순환이나 쓰레기 재활용의 명목으로 점토 대신 석탄재, 하수슬러지, 소각재 등을 철광석, 규석 대신 제철소 슬래그, 폐주물 등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잘 타도록 유연탄을 넣는데 그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등을 사용하여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시멘트에 쓰레기의 잔존물이 섞여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서 점토 대신 사용하는 석탄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일본 화력발전소 석탄재를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점토 대신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는 점토 생산을 위해 점토 광산을 개발해야 하니 환경피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석탄재를 활용하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하면 왜 하필 일본산을 수입하는 것일까요. 일본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는 비용이 톤당 20만 원선이라고 합니다. 대신 우리나라에 보내면 톤당 5만원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석탄재 매립 후 2차로 발생되는 환경오염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일본은 톤당 돈을 주고 보내도 남는 장사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에도 석탄재가 발생합니다. 국내산 석탄재를 재활용하고 있지만 그중에 160만 톤 이상이 바다 근처에 매립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수입산 석탄재가 매년 120만 톤이 수입되고 있으니 이상한 일입니다. 여기도 우리나라 석탄재 매립 비용은 톤당 1만원 선이고, 국내 시멘트 회사로 보내지는 운송비는 톤당 2만원 선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돈 5만원 받고 일본산 석탄재를 쓰는 것이 시멘트 업체에겐 당연한 이득입니다.

시멘트의 흰색과 검은색은 누가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바탕이 되는 곳이 과연 안전한 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건축물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시멘트를 선택할 권리는 없습니다. 진실에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하는 소비자들이 정당히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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