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마을학교에서 세계사를 강의하며 로마제국과 주변 국가들을 가르치다보면 로마 이전의 나라 형태가 궁금했다. 몇 년 전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로마시절 이전에 대하여 궁금했는데,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탈리아와 관계있는 고대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 특별전이 있어 참석을 했다.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100년경까지 이탈리아반도 중북부에 있던 국가이다. 이 나라는 지중해에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라로 평가되고 있고, 전시품 약 300점을 살펴보니 생활 모습, 세계관, 종교관 등에서 이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 2천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펼쳐진 에트루리아의 유물들은 죽어서도 삶이 이어지기를 바라던 소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로마에 끼친 영향을 보면, 그리스인에게 배운 알파벳 문자와 도로와 하수도 시설, 대경기장 등 도시문명을 기초하는 수많은 건축기술과 토목 기술을 로마에 전수했다.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중남미 콜롬비아의 '황금문명 엘도라도,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전시회와 얼마 전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특별전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 로마제국을 만든 에트루리아 전시회에서 고대인의 건축물, 유물, 장신구, 무덤벽화 등이 그 시대 문화를 밝혀줄 귀중한 자료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否認)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 시절 무덤이나 유품 등을 보며 역사를 유추한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산, 바다, 기차, 고속버스, 비행기와 그리고 도시 곳곳에 있는 사찰, 박물관, 미술관 등 건축물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은 여행은 자유라고 하고, 어떤 이는 여행을 모험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가끔씩 박물관을 방문하여 인문학의 지혜를 키우는 것도 삶의 양식이다. 이렇게 좋은 가을, 산장 옆 개울물 소리가 밤새 들려오고, 달 밝은 밤 별들이 곤두박질치며 떨어져 내릴 때, 마루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살아온 애기를 나누고 싶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사와 세계역사를 자유롭게 논하며 가을밤을 보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인연'이라는 수필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했다. 스치는 인연은 부지불식간에 다가오기에 지금 마주한 사람이 참으로 소중한 것을 알아야겠다. 신 중년의 가을을 보내며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서양에서 은퇴한 60대 중반 여성들에게 '행복한가?'라며 여론조사를 해보니, 행복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공부를 시작한 사람,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필자도 교육공무원 퇴임 후 재능봉사와 나눔 활동에 열중이다. 특히 문학 예술인들과 재능봉사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런데 나눔과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은 힘든 줄 모르고 행복함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 모두 박물관이나 미술관, 고궁, 음악회, 시낭송회, 문학회 등에 참석하여, 인문학 소양도 쌓고 인연의 끈을 이어가며 멋지게 살자.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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