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가 1991년 청주서 발생한 '가경동 여고생 살인사건'과 '남주동 주부 살인사건'도 자신의 사건이라고 자백했다.

이춘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28년 간 미제로 남았던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처벌은 내릴 수 없지만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한은 풀어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불편한 진실'로 다가온다. 당시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면서 진범을 잡을 기회를 놓친 경찰이다.

가경동 사건의 경우 박모(19)군이 범인으로 몰렸다. 상습절도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던 그는 사건발생 당일 알리바이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박군은 경찰서로 불려와 조사를 받던 중 살인사건 일체를 자백했다. 이후 그는 살인 장소로 추정되는 가경동 택지조성현장을 찾아 현장검증을 벌이는 등 자신의 범행일체를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무죄를 받아냈다. 경찰조사 과정에서의 자백, 현장검증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남주동 사건 역시 인근에 사는 휴학생 정모(20)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정씨는 "피해자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고 성적 충동을 느꼈다, 범행을 강도로 위장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범행을 저지른 이가 아니면 말 할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경찰은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씨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도 못했다.

28년이 지난 현재 경찰은 과거 자신들의 부실수사·강압수사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죽은 피해자와 가족, 누명을 쓴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길은 그 뿐이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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