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반주첼로 의자 / 정수자
우주정거장 멀리서 반짝이는 위성처럼
홀로 떨고 있는 무대 위 작은 의자
둔부를 껴안은 즉시 타오를 듯 팽팽하다
공기를 정비하듯 잔기침을 다듬는 사이
독주의 예열이듯 소름 돋는 다리 사이
마지막 현을 조이는 긴 고독의 전희처럼
드디어 탈주하는 무반주 활의 광휘
전율을 견디느라 다리가 다 녹아나도
의자는 커튼콜이 없다 열없이 사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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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를 틀어보면 세상에는 주인공만 가득하다. 조연은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이 없는 것. 그러나 그 존재는 "우주정거장 멀리서 반짝이는 위성처럼" 위대하다. 하늘에 멀리서 반짝이는 위성이 없다면 하늘도 아니다. 길거리에서 미래의 스타를 캐스팅하듯, 이 시를 읽으면 또 하나의 위대한 주연을 첼로 연주자의 다리 사이에서 발굴한 셈이 된다. / 최호일 시인
이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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