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고 귀에 못 박히도록 듣는 말이다. 그러나 인사를 만사로 여기고 한 인사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인사는 흔히 만사 아닌 '망사(亡事)'로 끝난다.

충북 첫 3선에 성공하며 선거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이시종 충북지사가 거침없는 측근 챙기기·코드인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성이나 도정 발전을 고려한 인사보다는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정실 인사의 반복으로 3선 단체장에 대한 그릇된 '충성 경쟁'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충북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10월 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제6대 사무처장에 고행준 전 보은부군수를 임명했다. 그는 도 자치행정과장, 보은부군수 등을 역임하고 지난 7월부터 공로연수 중이었다. 공로연수 중인 서기관에 대해 겸임 인사를 단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애초 사무처장 자리에는 지역 체육계 출신 인사 등 여러 명이 거론됐지만 이 지사가 고 전 부군수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체육에 대한 이해나 전문성보다는 본인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발탁한 것이다. 고 처장은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기간 중 체육 관련 부서에 근무한 경력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직 관료나 선거캠프 공신에 대한 '일자리 나눠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캠피아(선거캠프 출신)'들이 도청에 대거 입성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지사가 '브레이크 없는 인사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부적절한 인사의 발탁·채용 청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충북도청 안팎이 이 지사 측근들로만 채워지면 다양한 목소리가 도정에 반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도의회가 이런 문제를 막겠다며 인사청문회 도입을 관철시켰지만 13개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중 충북개발공사, 충북연구원, 충북테크노파크, 청주의료원 등 4곳만 대상으로 한정돼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청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선에 성공한 한범덕 청주시장은 유독 '청주고' 출신만 대거 발탁해 승진시키고 있다.

한 시장 취임 후 매번 '묵묵히 일하는 인사', '사업부서 인사 발탁' 등을 공언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 소속 공무원들의 반발이 적지않다. 실제 지난 6월 인사의 경우 한 시장 직속 비서실장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명예퇴직을 신청해 청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특히 국장·과장 승진자를 비롯해 주요부서 국 주무과장·팀장 보직의 경우 청주고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이 한 시장에게 바라는 건 정해져 있다. 한 시장의 다양한 공직 경험을 지역 발전에 녹여내길 바라고, 지역 내 각종 현안사업 등에 주민과 당사자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 시장의 합리적 성향이란 장점을 시정에 접목하길 원하며, 특정고 출신 수혜가 아닌 묵묵히 일하는 인사발탁을 원하고 있다. 시정이 결국 공무원 중심으로 돌아가야 행정이 건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중인사의 결과가 실제 정책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게 문제다. 설령 번지수가 틀린 경우라 해도 제동이 걸리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십상이다. 지금 상태로 보면 뚜렷한 성과가 없다. '복지부동'의 묘한 기류가 공직사회를 에워싸고 있다.

물론 인사권은 도지사·시장의 고유 권한이므로 침해받아선 안 된다. 비슷한 행태가 역대 단체장을 거치며 이어져 내려왔기에 특별히 지금만 탓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직 안팎에서는 물론 도민,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에 의해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도청과 시청이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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