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엄마! 내가 죽으면 어떡할거야?", "걱정마. 네가 죽으면 너를 다시 낳을테니까."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일화다.

'코끼리는 아무리 코가 길어도 짐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부모는 아무리 자식이 많아도 짐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서하에 있을 때 자식을 잃고 너무 슬피 운 나머지 소경이 된 일에서 온 말이 서하지통(西河之痛)이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버린 어미 원숭이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단장(斷腸)이다. 6·25전쟁 피난길에 어린 딸을 잃은 반야월이 지은 슬픈 노랫말이 '단장의 미아리고개'다.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대변동'에서 "자식은 예측할 수 없고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존재이니 부모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하고 푸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의 서구식 표현이다.

학자들은 형태와 더불어 행동도 유전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은 생김새만 부모를 닮는 게 아니라 행동과 성향도 얼추 비슷해 진다는 것인데 부전자전(父傳子傳)을 학문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명심보감에 지락막여독서(至樂莫如讀書), 지요막여교자(至要莫如敎子)란 말이 있다. '가장 즐거운 것은 독서만 한 것이 없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일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경제학자 리처드 리브스는 "부모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했고,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은 "부모를 잘못 만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시장 실패"라고 했다.

공자께서 들으시면 귀를 씻을 말이지만, 요즘 젊은이들과 부모들의 가슴을 후벼파고있는 유행어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시험치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습니다. 학비내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는 ㅇㅇ 입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쥬 미술관에 가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두 점의 그림이 있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와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다.

미리 상속받은 재산을 다 탕진하고 쇠잔해져 돌아온 아들을 노쇠한 아버지가 안아들이는 장면, 감옥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는 딸 페로의 뜨겁고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그림이다.

옛날 어른들께서는 내 새끼 목구멍으로 밥 넘어가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고, 살면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자식들 아플 때라고 했다.

이순(耳順)을 지나 몸에 칼집을 내다 보니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깊은 뜻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부모님도 안계시는 느지막에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잘 커줘서 고마운 것이다. 어떤 이는 장성한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것이 인생 3락 중에 하나라고 한다.

지난 추석명절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여보, 이번 명절은 연휴기간도 짧고 길도 많이 막히고 바쁠텐데 서울 애들 내려오지 말고 쉬라고 하면 어떨까?", "일 년에 딱 두 번, 따뜻한 밥 한 끼 해 먹이는 건데…." 또 한 번의 단세포적 발상으로 나잇값을 했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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