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충북산학융합본부 원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인재육성이다. 1980년대 정보화 물결이 거세지면서 시작된 인재전쟁은 4차 산업혁명이 선언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 미래보고서가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래기술은 새로운 인적자원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기존 일자리 지형과 직무 변화를 야기하므로 이에 대한 능동적·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기술진보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학계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러나 미시적 관점에서 산업 및 기업의 일자리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자료는 부족한 편이다. 특히 지역 단위의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 국토연구원의 발표 자료는 여러 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혁신성장기업의 63%가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평가정보 데이터를 토대로 전체 기업 중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연구개발비, 매출, 고용, 임금이 동시에 늘어나는 혁신성장기업 809개의 소재지는 수도권 남부에 밀집되어 있다.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를 내는 혁신성장기업 클러스터의 북방한계선은 서울 종로와 중구, 남방한계선은 경기와 인접한 충남 천안 북구로 파악됐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대전 유성, 광주 북구, 부산 해운대 일부가 혁신성장지역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중심의 혁신성장세와 지방의 소외가 입증된 것이다.

요즘 기업들이 공장을 새로 짓거나 본사를 옮길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인재 확보의 용이성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120조원 규모를 투자할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수도권의 용인시를 선택했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이 주주총회를 열고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서울에 두도록 결정했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면 연구개발을 담당할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장과 울산시의장은 삭발하며 중간지주회사의 서울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 이전이 기존 울산 현대중공업의 경영·연구인력 흡수→지역인재 유출→지역소비 감소→지역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역 외 인재유인의 어려움과 지역 내 인재유출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자체장들은 절박하기만 하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국가균형발전을 뒷받침할 인적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수한 고등학교와 대학, 고급 인재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물적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은 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인재양성과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경남의 미래 경쟁력이 달렸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상생모델을 정립할 수 있을지 모든 분야애서 고민해 줄 것을 주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에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는 현상을 '실리콘밸리가 토론토를 침공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인재를 찾아 캐나다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뜻이다. 인재전쟁이 전 세계 곳곳에서 쉼 없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혁신성장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는 한 비수도권과의 발전격차 해소 희망은 요원하다. 우수 인재가 모이는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이루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창출되는 혁신성장지역의 꿈은 수도권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일 뿐이다.

지역의 교육시스템을 바꿔서 인재와 기업가를 지역에서 육성하는 특단의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인적 균형을 이룬다고 해서 국가균형발전이 순조롭게 달성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방치한다면 더 이상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는 물론 지방소멸을 막을 방책은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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