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미애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기억은 좋은 추억일 수도 있지만, 아픔의 상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일본과의 아픈 기억처럼 잊으려 해도 어느 순간 되살아나는 기억도 있다. 일본과의 아픈 기억이 이처럼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고 되살아나는 가장 큰 까닭은 그들의 지속적인 제국주의 야욕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침략, 그리고 문화침략이 실패하자 작금에는 경제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뜻깊은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에서는 얼마전 지역을 대표하는 단재선생 일대기를 다룬 연극 '선택'(연출 유순웅, 기획 이상식)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에서 단재는 선택에 대해 쉽게 정의한다. 목적하는 하나를 위해 다른 모두를 버리는 것이 선택이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모든 선조들은 독립운동을 선택하고 목숨마저 기꺼이 버리셨다. 자신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바쳐 이루고자 한 숭고한 투쟁의 목적지, 그 선택은 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었다.

연극에 함께 등장하는 북경 3인방인 신채호와 이회영, 김창숙 선생을 비롯해 모든 독립운동가들의 한결같은 선택. 그 선택의 가치가 지금의 우리를 지키고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렇듯 일제강점기 선택의 순간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은 언제나 조국을 선택했다. 여러개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리는 선택, 선생의 기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6, 2017년에 이어 올해로 3번째 무대에 오르는 '선택'은 관람할 때마다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나에게 이번 관람은 더 새롭기만 하다. 지난 9월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선택'의 무대가 되었던 상해와 북경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 위치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지와 유적지를 탐방하고 왔기 때문이다. 척박하고 낮설은 이국땅에서조차 서슬퍼런 일제의 칼날에 맞선 당당한 모습. 외롭지만 의연했던 그분들의 모습이 연극 '선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연극이 진행될수록 방청석에서는 관객 각자의 감정이 여과없이 표현된다. 여기저기 분노의 탄식은 물론 훌쩍이는 소리가 적지 않다. 일제와의 힘겨운 투쟁, 임시정부의 내적갈등,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위해 묵묵히 목숨을 던지는 장면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부끄럽다. 그분들이 지켜 낸 역사를 정체시키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당위적 결론에 이른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잔존하고 있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부지불식간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용인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활공간 주변에 숨어 친일잔재가 마치 우리 고유의 것인 양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는가?

늦었지만 이제 나서야 한다. 일본과의 과거 역사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해야 한다. 청산은 과거의 집착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담보한다. 과거 선조들의 결연한 선택을 직시하고, 단호하며 원칙적인 현재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늦었다고 느낄 때, 지금이 바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송미애 충북도의원
송미애 충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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