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성군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한 '2018년 지자체 가축방역시책 평가'에서 충청북도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 음성군 제공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기세에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시 등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가축방역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더구나 감염경로로 야생멧돼지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충남과 충북 등 인접 지역으로의 확산 우려 또한 여전하다. 이처럼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이 ASF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이에 매년 겨울철 찾아오는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 다시 등장했다. 충북 무심천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항원이 검출되는 등 발생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돼지에 이어 닭·오리 등 우리가 기르는 주요 가축들이 별다른 방어막 없이 치명적인 전염병에 노출되면서 가축방역에 대한 걱정은 커지고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지금의 방역상황이 위태롭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중국에 이어 북한을 거쳐 올해 처음 상륙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ASF는 새로운 질병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해마다 반복되는 AI 역시 마땅한 방역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들은 야생동물을 매개로 하고 있어 전염경로를 빈틈없이 모두 차단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은 가축전염병의 방역 방향을 원천 차단보다는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분계선이 남북을 오가는 야생동물의 이동까지 막지는 못한다. 동물사체를 먹은 새들이나 강물 등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을 무슨 수로 다 차단하겠는가. 일부 닭·오리 사육장처럼 외부 연결을 모두 막겠다면서 밀집사육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은 '제 발등을 찍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있을 수 있는 전염 경로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으로는 방역이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방역의 방법을 달리하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생기는 법이다. ASF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야생멧돼지의 빈번한 출몰은 서식밀도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충북 등 일부 지역은 현재 적정 밀도의 5배에 이른다니 야생을 벗어나 인간의 영역에 침입하는 것이다. 도심에 출몰해 교통사고 등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가 하면 먹이부족으로 농가의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작물을 휘젓고 다닌다. 이들의 넓어진, 야생을 벗어난 영역 확산이 또다른 재난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리 휴지기처럼 일정 공간내 개체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당장 돼지사육농가를 좌불안석으로 만든 ASF의 경우 선제적 야생멧돼지 포획 등이 효과가 있는 듯하다. 뭉기적 거렸던 중앙정부와 적극적이었던 충북도의 자세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이어질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이미 감염됐을 지도 모를 포획 대상물의 처리가 그것이다. 어떤 지침도, 매뉴얼도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돼지 밀집사육이란 과제를 곧바로 풀지 못한다면 접근차단 방법을 더 고민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미 충북의 산과 들에서 ASF의 선행지표라는 돼지열병(CSF)이 확인된 만큼 꺼지지 않은 발등의 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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