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면서 은밀한 시적세계에 비판의식·역사의식 표면화

김여옥 시인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인사동 골목에서 문학을 줍고 그림을 줍고 사진을 줍는 예술가들의 정신의 키는 훌쩍 자라 있었다. 탁주 한 사발에 녹아 있는 사람들의 정은 가슴시린 이의 시야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곳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시인'을 운영한 김여옥 시인이 지난 2014년 충남 서천으로 귀촌했다.

주점 '시인(詩人)'. 이곳은 장안에 내로라하는 시인·소설가·화가·음악가·정치인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남도의 맛깔스러움이 돋보이는 이집의 벌교 참꼬막과 모시조개탕은 일품이었다.

땅끝 해남출신으로 질박한 고향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했던 '시인'의 주인 김여옥 시인.

서천에서 무위자연하며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김여옥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책만드는 집)'가 출간됐다. 10여년 만이다.

김여옥 시인은 지난 1991년 월간 '문예사조'에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 5편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이재복 문학평론가는 "김여옥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의 아픈 정서에 동참하는 일이다. 이 아픔은 간혹 판단 정지를 불러올 만큼 정서의 과잉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낭만주의자의 정서 과잉처럼 대책 없이 흘러넘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김여옥 시인의 작품은 삶의 과정에서 응어리진 마음을 어르고 달래서 신명나게 풀어내려는 그늘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삶속에서 여러 사건중 죽음에 대한 자의식이 드러난다. 恨을 통해 맺힌 것을 어르고 푸는 과정을 작품 속에 그려 보인다. 그녀만의 독특하면서 은밀한 시적세계에는 현실 직시를 통한 비판의식 또는 역사의식이 표면화돼 있다.

"대체로 과거의 민중이나 저항적 지식인의 미시사(微史)의 일화를 다룰 때, 그녀의 언어는 번쩍이며 빛난다. 힘차고 건강하며, 동시에 처연하다"고 김정란 시인은 김여옥 시인의 작품을 평한다.

류근 시인도 작품평을 통해 "달빛 낭자한 밤에 너울너울 칼을 타는 무녀 같다가, 별안간 꽃을 안고 깊어지는 술잔 같다가, 비로소 강물소리 재우고 돌아눕는 누이 같다"고 극찬했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는 시인이 지난 10여 년간 자신의 삶과 정치적 사회현상을 목도하면서 습작해 온 시 62편을 엮어 만든 시집이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 출판기념회는 다음달 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인사동 메밀란서 열린다.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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