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내 전역에 오전동안 안개가 짙게 낀 14일 청주 하이닉스 신축공사 현장과 지웰시티 아파트가 안개에 가려 상층부만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청주기상청은 오후동안 강한 바람과 함께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신동빈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봄철 하늘은 잿빛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중국 등 대륙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에 우리 땅에서 생겨난 오염물질까지 더해져 숨쉬고 살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상황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그나마 최근 이뤄진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도 준비부족으로 성과를 거두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오염원의 가장 큰 줄기인 중국발 오염물질에 대한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발전소 연료 교체는 '백년하청'이다.

지난해 혹독한 대기오염을 겪으면서 일반인들까지 초미세먼지(PM2.5·지름 2.5㎛ 이하)에 4단계가 있고, 농도 36∼75㎍/㎥면 나쁨단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정도가 됐다. 또한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나쁨'(76㎍/㎥ 이상) 단계를 대비해 고성능 마스크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평균 입자크기가 0.4㎛인 미세입자를 94% 이상 차단하는 방역용 마스크(KF94)가 품귀를 빚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지 오래다. 더구나 먼지 발생 기간이 길어지면서 봄철이 지나서도 공습은 계속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22일 수도권에 올가을 첫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 저감조치가 내려졌다가 조기에 해제됐다. 충북에서도 이 무렵 지역에 따라 각종 수치가 등락을 보였는데 지난 20일에는 초미세먼지가 최고 94㎍/㎥, 21일에는 미세먼지가 최고 162㎍/㎥에 달해 하루종일 뿌연 하늘아래 생활해야 했다. 이어 22일 오전에도 청주 오송 등 충북 일부지역과 충남 북부, 경기도 북부 등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했다. 오후부터는 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가 대륙발 먼지로부터 벗어났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찬바람과 더불어 시작부터 존재감을 과시한 미세먼지의 공습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서면 계절풍의 영향에 난방 오염물질 증가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제 그 때가 한발짝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노후차 운행제한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일상을 좀먹는 미세먼지 피해를 막지는 못한다. 그것도 노후차량 교체 등의 성과가 나오기까지 적지않은 시간과 예산 등 노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 먼지가 숨구멍을 막는데 이를 날려 줄 바람만 기대하며 하늘을 올려보는 꼴인 것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천수답(天水畓)'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까닭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온갖 관심을 기울이는 척하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노후 경유차 교체만해도 진작부터 시행에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뒷짐만 지다가 이제야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시행과 안착에 필요한 시간 따위는 고민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대책 하나 추진하는데도 이렇듯 걸림돌과 준비부족이 불거지는 마당에 파장이 더 큰, 부담이 더 가혹한, 반발이 더 셀 수 밖에 없는 대책은 어떻게 추진할지 걱정이다. 하늘만 쳐다보는 일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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