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구역 제한에 금속탐지기까지… 민원인 불편만 초래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9월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사업' 추진을 위해 경찰과 민원인 주차구역을 분리했다. /신동빈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9월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사업' 추진을 위해 경찰과 민원인 주차구역을 분리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경차에다가 중형차 바퀴를 끼우고 달리라고 하면 그게 돌아가나, 국민친화 경찰과 맞지 않는 시대 역행적 제도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경찰청이 지난 4월부터 전국 경찰서 36개소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장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사업추진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사 개선사업은 민원실 및 경찰청사 구조를 개방적·국민편의적·인권적 환경으로 개선해 시민 편의를 높이고, 보안게이트를 설치해 경찰서 방호역량을 높이고자 마련된 제도다. 이를 위해 민원인이 오가는 주 출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되며 주차구역도 제한된다.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9월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사업' 추진을 위해 경찰과 민원인(빨간색 표시) 주차구역을 분리했다. /신동빈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9월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사업' 추진을 위해 경찰과 민원인(빨간색 표시) 주차구역을 분리했다. /신동빈

청사 개선 시범사업 대상지인 청주흥덕경찰서는 지난 9월 10일 경찰과 민원인 주차구역을 나눴다. 총 242대의 주차면적 중 민원인에게 할애된 구역은 36면(장애인전용 5면·어르신 우선 3면 포함)이다. 차량등록이 되지 않은 시민들은 정문 출입 후 왼쪽으로 이동해 주차를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원인들의 불만이 발생하고 있다. 직원전용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지만 이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항의다. 그러나 개선책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책 특성상 청사 보안을 위해서는 민원실 인근 주차구역만 이용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으로 주차구역을 확대할 경우 민원인 이동 동선을 제한할 추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주차난을 이겨내고 민원실을 찾아도 불편은 이어진다. 현재는 경찰서를 찾을 경우 통합민원실을 찾아 민원을 접수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담당과를 방문해 문의하면 된다. 하지만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주 출입구(올해 말 설치예정)가 생기면 모든 민원인이 이곳에서 보안검색을 받아야 한다. 또 민원인은 담당 수사관이 민원실로 내려와 안내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보안구역인 경찰서에서의 개인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민원인 방문이 잦은 부서의 업무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주흥덕경찰서 민원실에 마련된 민원인 휴식공간 모습. /신동빈
청주흥덕경찰서 민원실에 마련된 민원인 휴식공간 모습. /신동빈

흥덕경찰서에 근무하는 A경위는 "분실물 담당 부서의 경우 한 달 200~300명의 민원인이 찾는다"며 "본관에서 민원실 왔다 갔다 하다가 한 달이 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에서는 수사민원 상담센터, 인권상담센터 등 통합민원처리 시스템 마련을 강조하지만 그런 센터를 지을 공간도 없고 일할 인력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B경장 역시 "국민친화적 경찰활동을 강조하지만 경찰서 내에서 이동을 제한하는 등 권위의 상징으로 돌변하려 한다"며 "이 사업 실무자가 직접 내려와 현장상황을 파악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청은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개선 사업'의 핵심은 민원인 편의 증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원인들은 경찰서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제한된 동선을 강요받을 처지에 놓여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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