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천향대에서 개최된 '2018학년도 대입 진로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각 대학의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br>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이후 줄기차게 보여주는 특징이다. 정권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또 유사한 사례가 터졌다. 정시비중 확대 등 대학 입시제도 개편이 그것이다. 대입제도 개편은 '조국 사태'가 조 전장관 딸의 대입관련 의혹으로 한층 가열될 즈음에 대통령이 내뱉은 말에서 시작돼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서 비롯됐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될 것이다. 그 결과는 고사하고 이유조차 부당한데도 말이다.

밑도 끝도 없는 상황에서 터진 대입 정시확대 주장은 당장 학부모들의 저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경우를 보면 대입제도 개편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치를 때쯤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만큼 고1 학부모들부터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그중에서도 대학입시는 가장 '뜨거운 감자' 중의 하나다. 반백년을 조금 웃도는 세월동안 대입제도가 바뀐 것만 10여번에 이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쟁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입제도는 애초부터 있을 수 없다.

대통령 언급의 정책 구현이 가시화되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번 '대입제도 개편 방침'이 무리한, 부당한 결정임을 확인시켜 준다. 개편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 확대로 가장 득을 보는 이들이 서울지역에서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시에서는 지방 학생들이 서울 고교생들을 당해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고교 교사는 물론 고등학교 재학중이거나 최근에 졸업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풀이 중심의 사교육을 버팀목으로 삼는 이들에게 더 유리한 제도가 정시인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까닭으로 교육부에서도 정시확대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정시비율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학교현장의 혼란을 불러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 겨우 학생부 종합전형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를 또 바꾼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거듭된 대입제도의 변경과 개편을 통해 얻은 유일한 성과는 잦은 변경이 가장 나쁘다는 것이다. 성과를 분석한 뒤 점진적으로 개편·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을 우리사회가 시행착오를 거쳐 몸으로, 경험으로 체득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이번 개편은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현 정부가 '공정'을 기조로 삼은 데서 기인한다. 정권을 궁지로 몰아간 '교육의 불공정'을 바꿔 보겠다는 것인데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특정인의 편법과 비위를 제도의 잘못으로 덮으려다 보니 엉뚱한 대책이 나온 것인데 그러다보니 교육 현실과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반발수위에 청와대측에서 비율은 추후 논의하겠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혼란의 불씨는 이미 던져졌다. 수시 확대가 지역인재 육성의 보루가 되고 있는 마당에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개편은 취소돼야만 한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