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랑시스 잠


나무 항아리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프랑시스 잠은 이름만 발음해도 늘 시 같다. 가장 길고 아름다운 시 같다. 이 시는 평범한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계절에 알맞게 부는 바람처럼 참 자연스럽다. 아무렇게나 화살을 쏘고 난 후 표적을 화살이 있는 곳으로 옮긴 것보다 자연스럽다. 그것은 살갗을 스치고 마음을 스치고 당신까지도 스친다. 그리하여 가장 아름다운 당신은 전쟁이 끝난 후의 우리 앞에 언제나 이런 풍경으로 일어선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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