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지방경찰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지방경찰청사 / 중부매일 DB

국민들의 생활치안을 도맡고 있는 경찰은 늘 우리 곁에서 활동하고 일상을 함께 한다. 그런 만큼 친근한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공권력을 갖고, 행사하는 권력기관이기도 하다. 가까이에 있고,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일정한 거리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같은 태생적 한계는 일반 국민들과 경찰간의 관계를 늘 고민하게 하면서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경찰에게 주문하고 있다. 한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경찰서가 스스로 문턱을 낮춰 국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펼친 것도 이같은 까닭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기조는 우리의 민주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선 치안 활동이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대세가 됐으며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처럼 박제가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던 권위와 규제라는 과거의 잘못된 경찰상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일선 경찰서 한복판에서 공개적으로, 그럴듯한 명분으로 치장한 채 당당하게 말이다. 올 봄부터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찰청사 개선 사업이 그것인데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강화'라는 명목을 보면 바람직한 일이며 환영받을 일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공간이 부족한 일선 경찰서의 현장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또한 낮은 실현 가능성에도 지휘부가 이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사 방호와 보안 강화를 내세운 조치들이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경찰의 대민업무를 어렵게 하면서 경찰과 국민의 거리감을 키우는, 닫힌 경찰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명분으로 내세운 청사방호, 보안 강화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울 과제로 보기 어렵다. 경찰 내부적으로 개선·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행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당장 민원인들이 부딪힐 일은 부족해진 주차공간이다. 통제 가능한 구역만을 배정하다 보니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예전에는 구애없이 청사내 주차공간을 모두 이용했지만 이제는 그림의 떡이다. 또한 보행로에도 울타리가 쳐지고 출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된다. 민원인 동선 통제를 통해 청사방호를 하겠다는 것인데 황당하기 짝이 없다. 민원인들이 청사 방호에 문제가 됐던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뿐이다. 금속탐지기가 필요할 정도로 우리의 치안상태가, 그것도 경찰서가 불안하다는 것인가, 무엇을 위한 조치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업무 진행은 더 가관이다. 담당자가 민원인을 데리러 와야 상담이든, 신고든 일이 시작된다. 지금도 민원인들 많은 부서의 경우, 혼선을 넘어 일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민원인들이 제발로 부서를 찾아가는 일이 보안에 빈틈이 될수 있다는 것인데 그럴 정도면 경찰서 정문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맞을 것이다. 경찰청이 청사 개선사업을 하면서 내건 이유는 민원실 및 청사 구조를 개방적·국민편의적·인권적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기도 불편하고, 만나기도 어렵다면 결국 애꿎은 민원인만 잡으면서 폐쇄적·국민불편적 경찰이란 꼬리표가 붙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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