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의 가을 단풍

 지난 10월 26일 자생 단풍으로 붉게 타오른 속리산 냉천골의 단풍과 탐방객들. /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강성민 과장 제공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시인들은 단풍을 바라보며 '최고의 가을선물', '신이 주신 마지막 황금의 가사', '아낌없이 주는 생의 절정', '고독한 혁명가', '빛 고운 다비식', '삭이지 못한 가슴속 붉은 반점', '가슴에 묻어둘 시간'이라고 노래했다. 또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 '제 성미대로 익었다', '내려놓을 때를 알려준다',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를 물들인다'라고도 했다. 전국 곳곳의 산이 단풍 절정으로 향한 요즘 많은 등산객들이 '나만의 단풍 단상(斷想)'을 마음에 새기며 북적이고 있다. 보은 속리산국립공원에도 10월 들어 매주 많은 인파가 몰려 파란 가을하늘아래 노랗고 붉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즐기고 있다. 올해 속리산 단풍은 지난해 10월보다 기온이 3.4℃ 정도 높아 늦어지는 바람에 절정을 11월 초순까지 볼 수 있다.



# 한국의 8경 속리산 정상은 '화강암 전시장'

천왕봉에서 본 속리산 주능선 암릉과 단풍
천왕봉에서 본 속리산 주능선 암릉과 단풍

한국의 8경 가운데 하나인 속리산의 단풍은 도화지처럼 넓은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화강암 바위 사이사이의 소나무와 붉고 노란 단풍나무·참나무들이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해발 700여m정도부터 천왕봉(1,058m) ~ 문장대(1,054m) ~ 관음봉 ~ 묘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정상부엔 집채만한 화강암 바위들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어 산 정상의 화강암 전시장 또는 석화산(石花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법주사 주변의 단풍
법주사 주변의 단풍

또한 법주사를 가운데 앉힌 부채꼴 모양의 주 봉우리마다 화강암 절리의 발달로 입석대 주변엔 기둥형 수직 절리가 발달해 있고, 문장대 주변에는 수직과 수평절리가 혼합된 암릉형태를 하고 있다. 천왕봉 주변에도 수평절리가 형성되어 있으나 현재는 토양이 덮혀 있고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암릉은 잘 보이지 않는다.

# 정상부는 신갈나무 그 아래는 소나무·참나무

이와 함께 속리산에는 화강암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소나무와 신갈나무가 살기 좋은 모래흙 마사토양이 형성되어 해발 300m~800m까지는 소나무 군락, 그 이상 고지대는 신갈나무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암릉 사이로 자라난 나무들이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쯤이면 붉은 단풍으로 물든다. 정상부는 신갈나무 단풍이 주류를 이루고 10월 중순부터는 해발 800m 아래로 소나무와 신갈나무, 참나무, 잡목들로 어우러진 단풍형태를 보여준다.

특히 등산로 군데군데 단풍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빨갛고 노란 단풍을 볼 수 있으며, 속리산 단풍의 색깔이 유난히 붉고 노란 이유는 녹색의 소나무림과 조릿대가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잎이 붉게 변하는 나무는 산벚나무, 화살나무, 옻나무 등이며, 잎이 노랗게 변하는 나무는 고로쇠나무, 느릅나무, 피나무 등이다.

법주사 주변의 단풍
법주사 주변의 단풍

이에 따라 속리산은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 가을에는 기암절벽속 단풍, 겨울에는 묵향기 그윽한 동양화의 설경 풍경을 보여주며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내 눈에 꼭 담아야 할 '단풍명소 3대 포인트'

그렇다면 속리산 단풍이 가장 예쁜 곳은 어디일까? 속리산 단풍을 구경하러 왔다면 이곳 3대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문장대 구간이다. 이 곳은 자생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곳으로 냉천골 주변이 특히 아름답다.

두 번째 추천장소는 천왕봉 구간이다. 상환석문 위부터 천왕봉 갈림길에 예쁜 단풍나무들이 다수 분포되어 있으며, 문장대 탐방로와 같이 해발 600m~900m 선 내에 분포한다.

세조길 저수지에 물든 단풍
세조길 저수지에 물든 단풍

마지막 추천장소는 오리숲길~세심정 세조길이다. 이 곳은 해발 300~400m의 평지길로 아름드리 소나무와 단풍나무, 참나무, 옻나무 등 활엽잡목들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단풍터널이 형성된 듯한 모습을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세조길은 복천암 ~ 세심정 ~ 태평저수지로 내려오는 길로, 차량의 방해없이 야자매트길과 데크길로 구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장애 힐링탐방이 가능하다. 이 곳은 계곡과 저수지를 끼고 있어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고, 햇볕이 잘 들며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노란색, 붉은색 단풍이 유난히 곱고 오래 지속된다. 특히 전국 국립공원 단풍명소 10선에 선정되기도 한 세조길은 맑은 저수지 물과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해 탐방객들의 포토존으로 큰 사랑을 얻고 있다.

고즈넉한 가을, 배낭에 넣어온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내가 찾은 속리산 단풍명소에서 사색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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