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산다. 의도된 만남일수도 있지만 스쳐가는 인연도 무수히 많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지구상 77억이라는 인구 중에 나와 인연이 닿기까지는 보통 인연이 아니란 말일게다.

시를 낭송할 기회가 생겼다. 김현태 시인이 쓴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를 외우는 중이다. 외우면 외울수록 시어가 가슴에 절절이 새겨진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치고,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번 찾아오는 것이란다.'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칠 확률도 미미한데다가 그 바위가 하얀 가루가 되려면 얼 만큼 시간이 흘러야 인연이 되는 것일까.

그런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 부부로, 연인으로, 부모와 자식으로, 친구로 만난다. 나는 인연이란 말이 참 좋다.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을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같이 보내고 있으니까. 때로는 눈물 나도록 슬픈 시간도 있을 테고 기쁠 때 같이 웃어줄 인연들인 사람들.

최근 들어서 사람의 인연이란 얽히고설켜 몇 단계만 거치면 서로의 인연이 무수하게 닿는다는 걸 느낀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일으킨 날갯짓의 영향을 의미하는 일명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지구 한쪽의 자연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 선택은 당시의 미래 즉 현재의 결과로 나타난다. 과거는 늘 현재를 기준으로 새롭게 해석된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시도 있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이 남은 때도 있다. 내가 여상 졸업후 금융권에 취직하지 않고 대학에 다녔더라면 어떤 인생으로 살고 있을까? 다른 인연을 만나 다른 삶으로 살고 있을까?

시인은 말한다. 나무와 구름사이, 바다와 섬 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수 천 수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 쉬고 있다고.

돌이켜보면 젊었을 적 사소한 아주 작은 나비 날갯짓 같은 일들이 지금의 내게 큰 결과를 안겨주었다. 십년 가까운 시간을 태풍의 눈 속에서 격정적으로 살아냈다.

제일 소중한 인연은 항상 옆에 있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친다. 그 인연이 떠났을 때 아 소중하고 고귀한 인연이었구나, 후회한들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톨스토이는 단편 '세 가지 질문'에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할 일은 지금 이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선한 일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 소중한 인연을 기반으로 톨스토이 말대로 지금 이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리라. 물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면서.

사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까? 스쳐지나가는 인연들까지 보면 무수히 만나는 사람 중에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는 연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인연 중에 선택이 된 걸까.

인연이란 나비효과로도, 어떤 확률이나 수치로도 매길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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