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득 언어장벽 고충 해소, 한국정착 돕고 싶었죠"

전태환 경위가 자신이 직접 만든 결혼이주여성 및 외국인 위한 자동차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집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전태환 경위가 자신이 직접 만든 결혼이주여성 및 외국인 위한 자동차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집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2018년 8월 1일부터 영어·중국어·베트남어·몽골어 등 10개국 언어로 치러지던 외국인 운전면허 학과시험이 3개 언어(영어·중국어·베트남어)로 축소됐다. 이에 청주상당경찰서 전태환 경위는 다문화여성 등 외국인이 어려워하는 단어 등을 풀이한 맞춤형 교재를 직접 제작했다. 해당 교제는 내년 상반기부터 충북지방경찰청이 실시하는 다문화이주여성 운전면허교육에 활용될 예정이다. / 편집자


"2014년 다문화여성을 대상으로 운전면허시험 교육을 실시했는데 그때 임신한 캄보디아 여성이 수강생으로 있었어요. 그분께서 운전면허를 따낼 때는 이미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난 후였어요."

다른 문화, 생소한 언어 등으로 대부분의 다문화이주여성은 운전면허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자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시험을 볼 경우 그들이 느끼는 시험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캄보디아 엄마가 처음 시험을 볼 때는 캄보디아어 시험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은 한국어로 시험을 보길 고집했어요.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마음이 감사했는데 자꾸 떨어지니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전 경위는 외국인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하게 알고 있는 단어가 전혀 다른 용어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오른쪽과 왼쪽의 개념은 아는데, 좌회전·우회전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을 해줘도 개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죠. 또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은 아는데 적색·녹색·황색은 몰라요. 시험에는 적색·황색·녹색으로 나오는데 말이죠. 우리한테는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넘지 못하는 벽이 되는 것이죠. 단어의 의미를 모르다보니 한국어로 된 교재를 아무리 공부해도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수년간 이주여성들을 교육하며 문제의식을 느낀 전 경위는 이들을 위한 전용 문제집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오랜 경험으로 이주여성들이 어려워하는 단어, 표현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각 나라 언어전문가가 와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경위는 올해 초부터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운전면허 학과시험 1천 문제 중 이론 700문제, 표지판 99문제 등 799문제를 재구성했다. 또 150여개의 도로교통법 법률용어 정의 및 자동차 명칭에 대한 사진을 첨부했다. 문제 타이핑 작업부터 용어 해석, 이미지 삽입까지 그가 책을 만드는데 소요된 시간은 10달이다.

전 경위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처음 도전하는 일이 대부분 운전면허시험이라며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운전면허 합격은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의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줍니다. 그리고 도심보다는 읍·면에 많이 거주하는 이주여성의 특성 상 아이들 등교나 본인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운전이 필수기 때문에 꼭 따야하는 필수 자격증입니다. 이들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적응할 수 있습니다."

용어·사진해설이 첨부된 자동차 운전면허 문제집.
용어·사진해설이 첨부된 자동차 운전면허 문제집.

이어 전 경위는 10년 전에 비해 충북지역 외국인 등록자 수가 2만 명에서 4만 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며 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가는 것이 치안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다문화도 우리나라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이 행복해야 그 2세들이 잘 살고, 그래야 사회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 나이차이가 나는 부부가 많다보니 한국인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외국인 어머니가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아 적어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은 경찰이 해야 합니다."

한국사회가 이주여성을 '인정하고 신경쓴다'는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전 경위는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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