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민간 체육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체육계가 뒤숭숭하다. 민간 체육회장 선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오는 12월27일부터 지방 체육회장을 겸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 체육회는 회장을 자체적으로 선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체육 단체장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민체육진흥법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겸직 금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었다. 이로 인해 체육회 등이 선거 조직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체육회장은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충북의 경우 충북도지사가 충북체육회 당연직 회장이다.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이 폐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맡으면서 체육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지자체 내에 직장 운동 경기부를 만들어 엘리트 선수를 육성, 엘리트 체육이 부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은 중국에 금메달 1개 차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아시아의 체육 강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처음으로 종합 3위로 추락했다.

이 같은 경기력은 2년 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서울올림픽은 이념 분쟁이나 인종 차별의 갈등과 불화를 해소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최다 국가인 159개국에서 8천39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당시 소련이 금메달 55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 대한민국은 금메달 12개로 종합 4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엘리트 체육뿐만 생활체육 부문에서도 발전을 주도했다. 생활체육 시설 확충 등 지역 주민들이 체육활동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체육에 관심이 높은 자치단체장의 경우 체육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자치단체 체육회장의 노력으로 지역의 체육 토대가 갖춰지는 등 지역 체육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러고 보면 체육, 체육인은 잘못이 없다. 체육을 정치판에 올린 것도 정치인,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자고 이제와서 난리를 피우는 것도 정치인이다. 자신들이 중심을 잡으면 됐을 일을 체육을 탓하고 있다. 이유 불문하고 법 시행으로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은 불가능하게 됐다. 우려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체육 단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과 정치권에서 개입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모든 단체가 그러하듯 재정 자립 정도는 단체의 자율적 운영권 확보와 밀접하다. 어린 선수의 발굴·육성부터 국가대표를 선발·훈련시켜야 하는 체육단체는 더욱 절실하다. 민간 체육회장 선거와 함께 정부, 자치단체는 체육회 재정 마련을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체육회도 자체적인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치와 체육의 분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혼란스럽고 우려가 많은 현 상황을 이제 체육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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