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관광은 '보이지 않는 무역'이고, 문화는 '굴뚝 없는 공장'이다. 물과 산은 문화(역사)를 품어 기품을 갖추게 된다. 산은 위인을 배출하고 흐르는 물은 사연을 품는다. 산을 따라가면 위인을 만나고, 물과 함께 가면 그들 사연을 들게 되는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다. 그렇게 관광은 '눈으로 볼 관(觀)'을 넘어서야 한다.

최근 가족과 함께 충북의 명산명소(名山名所)를 다녀오면서 '태정대세문단세'를 외우던 때와 너무 많은 변화를 느낀다. 머리에서 실종된 수많은 머리카락과 같이 역사도 사라진 것인지, 세조길을 걸으면서 세조의 형이 문종인가? 안평대군인가? 고민된다. 어느새 존재감을 드러내며 불록 나온 배는 자신감과 반비례하여 오랜 비문 글월을 보면 세월 바람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한 문장으로 모든 해석을 갈음한다.

곳곳을 다녀오면서 나에 대한 아쉬움 외에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 후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아쉬움이 나의 발길을 무겁게 했다. 세조가 속리산까지 온 이유는 한글 창제의 주역인 신미대사을 만나러 온 것이다. 왜 세조길에는 한글창제와 신미(信眉)대사가 없는 것일가? 단양의 옥순봉을 유람선이 지나 칠 때 화가 김홍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좌구산 등잔길을 돌면서 조선 최고의 독서왕 김득신 동상을 보았는데 그동안 충북에 김득신 독후감 대회라는 명칭이라도 있었나? 우리의 문화유산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은 일을 하고 있는가? 진한 아쉬움이 있다.

세상에는 필자와 같이 자신감 없는 부모들이 차고도 넘친다. 그들에게 자연과 문화를 함께 할 스토리를 만들고, 가족이 함께 충북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충북의 축제와 무슨 길이 많으니 관광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답변이 나온다.

그렇다. 제주의 올레길 같이 충북의 각 시·군에도 수 많은 산책길이 존재한다. 대통령길, 등잔길, 산막이옛길, 초롱길, 비채길, 비내길, 괴곡성벽길, 향수바람길, 금강둘레길 등과 같은 수 많은 길이 있고, 올 봄부터 가을까지 곳감, 포도, 인삼, 고추, 마늘, 대추, 국화, 쌀, 온달, 품바, 농다리 등 그 수 많은 축제가 열렸으나 처음 의도와 달리 과거 5일 장의 확대된 모습에 불과하다. 또한 자연 속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든 것을 탓할 순 없지만 아무런 특색도 없음은 탓할 수 있겠다. 축제의 주인은 장돌뱅이이고, 무슨 길에는 그 고장의 향기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은 사라지나 스타일은 영원하다!" 디자인계의 거장 이브생로랑이 한 말이다. 제주 올레길이 유행하니 각 지자체가 길을 만들고, 어느 고장 축제가 성공하니 너도 나도 축제를 만들었다. 흉내 내기는 스타일이 될 수 없다. 때가 지나면 사라지는 패션은 세금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것이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지자체의 스타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시간이 지나 단양 옥순봉 옆을 배를 타고 지나칠 때 뱃사공이 김홍도가 그렸던 위치에 세우고 옥순봉의 생(生)과 김홍도의 미(美)을 말해 줄 때를 기다린다. 그렇게 충북은 충북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애써 돈을 들이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는 '충북의 스타일'을 찾는 손길과 걸음걸음 그게 지방자치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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