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 뉴시스
국회의사당 

국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역할 가운데 첫손은 단연 입법권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국정운영을 위한 법안들을 만들고 다듬는 일이야 말로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것도 법안이 발의된 지 3년이 넘었고 관련 부처간 조율을 주문한 지 1년이 다됐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생산에 따라 지방세를 거둘 수 있는 일명 시멘트세(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얘기다. 시멘트 산업이 집중된 충북, 강원도 등은 꼭 챙겨봐야 할 법안이다.

사실상 20대 국회의 마지막 입법 기회가 될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지역 관련 입법안이 다수 있다. 특례시 지정기준 변경과 특례군(郡) 지원, 중앙사무 지방이전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담고 있는 지방자치법과 한국무예진흥원 설립 근거인 전통무예진흥법 개정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여럿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방세법 개정안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세금 부과·분배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지역 차원의 합당한 요구를 업계와 부처의 입장을 내세워 깔아뭉개는 잘못된 행태를 이제는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멘트세 입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번에 안되면 20대 국회가 종료하는 내년 6월말 법안이 자동폐기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해당 지역은 고통은 계속된다. 과거 개발 위주의 국가운영 당시에는, 국민과 국가조차 환경에 무지했던 시대에는 아무렇지 않던 일이라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건강과 복지 차원에서라도 따질 것은 따지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그런 상징적 존재가 시멘트세인 것이다. 시멘트 생산과정의 환경피해를 돈으로 대신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보상이라도 이뤄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시멘트 1톤당 1천원이란 세금이 부과되면 전국적으로 연 520억원, 충북에는 200억원의 세수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는 분진과 소음, 악취는 물론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으로 인한 주민피해의 환경부담금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시멘트세 신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환경이 생존의 문제가 된 지금, 더 미뤄서도 안된다. 업계의 경영부담과 타 업종의 파급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은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지역이기주의, 님비(NIMBY)와 다를 것이 없다. 수익자 따로, 피해자 따로인 구조를 우리사회가 언제까지 방관만 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시멘트세법은 중앙에 의존하는 지역재정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세원을 찾아내는 것은 분권과 자치의 핵심과제다. 더구나 지역의 피해를 담보로 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국가와 인정하고, 국민들이 인식하는 차원에서도 이 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또한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과세정의 측면에서도 마땅한 일이다. 더 나아가 지역적 토질 차이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정은 공정해야만 한다. 누구처럼 말뿐이 아닌 이제는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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