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청주 만수초등학교 교사

2019년의 완연한 가을이 깊어만 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울긋불긋 수놓인 단풍이 아닐까 싶다. 가로수와 주변 산과 들녘을 물들였던 단풍은 떨어져 낙엽이 되어 늦가을 정취를 느끼게 한다. 고운 빛깔 낙엽을 책 사이에 곱게 끼워 책갈피 삼아 말리던 추억도 일 년 중 이때가 아니면 간직하기 어렵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낙엽을 거두어들이지 않고 낙엽의 거리와 같은 가을 산책길로 조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름다운 가을이 끝나면 낙엽은 어떻게 될까?

진짜 쓸쓸한 낙엽의 말로(末路)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낙엽이 떨어지면 재빠르게 낙엽을 수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여러 강의 오염원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 9월에는 폭우로 팔당댐으로 떠내려 온 1천여 톤의 부유물 중에 낙엽은 80% 정도를 차지했었다. 그대로 방치하면 수중에서 부식되어 메탄가스를 발생시켜 악취와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어 수질에 악영향을 준다. 강으로 떠내려가지 않은 낙엽도 문제다. 산과 들에 쌓인 낙엽은 빗물이 토양으로 흡수되는 것에 방해하게 되고, 이렇게 하천에 흡수되지 못한 물은 그대로 떠내려가 버리는데 그 양이 2017년에만 400억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위해 주요 강(江) 수계관리위원회에서는 낙엽을 걷어내는 사업을 하고 있다.

낙엽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강구하여 지자체에서 수거해온 낙엽을 농가의 퇴비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도 도로변 가로수에서 수거되는 낙엽에 포함되어 있는 쓰레기를 일일이 구분해 내는 일이 쉽지 않아, 퇴비를 제공하는 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추세다. 일부 낙엽을 톱밥으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은행나무 낙엽을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으로 보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재활용되는 낙엽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은 낙엽은 소각 또는 매립되지만, 이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매년 되풀이 될 낙엽의 처리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시민들의 인식 개선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 음식물 쓰레기를 동물들의 사료로 재활용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민들은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에 더 신경 쓰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낙엽도 그냥 썩어 자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는 자원의 개념으로 시민들에게 알리면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낙엽에는 쓰레기를 섞지 않고 분리배출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금은 낙엽이 퇴비가 되는 데에 2~3년 걸리지만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개선한다면 낙엽의 말로(末路)가 지금보다는 덜 쓸쓸할 것 같다.

박진 청주 만수초등학교 교사<br>
박진 청주 만수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 함께 가을의 운동장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만큼 커다란 낙엽을 주워 기뻐하기도 하고, 빨강, 노랑 낙엽을 주워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아이들과 가을 나들이 후, 낙엽 몇 잎을 주워 액자를 함께 만들어 보았다. 일 년간 열심히 자라온 나무의 성장은 소각장이나 쓰레기장으로 가서 지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운 가을빛과 함께 우리를 위한 작은 기념의 시간이 되었다.


▶NIE 적용

- 낙엽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해 조사해보자.
- 낙엽을 활용하여 다양한 재활용품을 만들어보자.(책갈피, 액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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