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의존 재판관행 탈피… 증거 토대 공판중심주의 정착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 사례 1= 마트에서 경리로 일하던 A(55)씨는 2009년부터 10년 간 정산액을 줄여 결재를 받은 뒤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회삿돈 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주지법은 최근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약 10년에 걸쳐 회삿돈을 횡령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 사례 2= 돌잔치 계약금과 직원들의 월급을 상습적으로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B씨(54)는 최근 청주지법 심리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피해액이 크고, 장시간이 지나도록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동종 범행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최근 3년 간 청주지법 형사재판부가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수가 매년 1천2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청주지법 본원 및 충주·제천·영동지원에서 직권발부한 구속영장은 모두 1천36건이다. 이를 월 평균으로 나눠 잔여개월(10~12월)까지 포함해 올 한 해를 추산하면 1천300건이 넘는다.

연도별로 직권영장발부 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1천273건, 2017년 1천117건으로 해마다 1천200건을 넘나들었다. 일 평균 3.5건으로 매월 100건을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꼴이다.

직권발부는 법정구속, 구금, 구인(피고인 및 증인)을 위한 구속영장 발부를 의미한다.

청주지법(본원 및 3개 지원 포함)의 직권영장발부 건수는 청주지검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는 건수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9월 기준) 법원이 발부한 직권영장(1천36건)에 비해 검찰 청구에 따른 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절반 수준인 531건이다. 2018년과 2017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2~2016년까지는 매년 법원의 직권영장발부 건수가 검찰 청구에 의한 구속영장 발부 건수의 80~90% 수준이었으나 2017년부터 상황이 역전돼 오히려 법원의 직권발부 건수가 곱절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지역 법조계는 서면과 기록에 의존한 재판 관행을 버리고 증거자료를 통해 유·무죄를 따지는 공판중심주의가 비로소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법원의 직권영장발부는 매년 월별로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법관 정기인사가 있는 2월에는 직권영장발부 건수가 월 평균(약 100건)의 50~60% 수준에 그쳤다. 일부 재판부가 변경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재판이 시작되는 3월에도 같은 수준이었다.

2018년과 2017년 2월의 직권영장발부 건수는 각각 55건, 68건에 불과했다. 3월에도 2018년 56건, 2017년 91건이었다. 여름철(6~8월)에는 성범죄 등의 영향으로 직권영장발부 건수가 월 평균보다 20~30%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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