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세종대왕은 한글창제 외에도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농업이 국가의 근간인 시대에 농업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농사직설의 편찬이다. 편찬 배경은 우리 농업의 발전으로 그간 사용해 오던 중국의 농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은 고려시대때 중국식 휴한농법이 널리 관행되어 있었다. 그러다 고려말·조선초에 이르러 우리 현실에 맞는 연작농법으로 전환되었다.

농사직설은 곡식의 씨앗 준비, 땅갈이 방법을 비롯해 벼 등 각종 작물의 재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기후와 토양, 곡식 종류에 따라 종자 보관·뿌리기, 모내기, 김매기, 물 대기, 거름 주기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농사직설 완성 후 세종은 경복궁 후원에 직접 농사를 지어 농서의 보급과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

농사직설의 농학 및 농업기술사적 가치도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우선, 당시의 관행농법을 광범하고도 완전하게 수렴했다. 둘째, 작물학적 풀이가 세세한 부분까지 체계화돼 작물학의 기초를 확립시켰다. 셋째, 시비(施肥)수단 및 기술, 객토 등을 강조함으로써 지력증진에 역점을 두었다. 넷째, 1年 2作, 2年 3作 등의 작부방식은 지력과 주곡자급 등을 고려한 뛰어난 토지이용방식이다. 그리고 총체적으로 우리나라 농학 및 농업기술의 뼈대가 15세기 초에 완성됐음을 증명한다. 농학사, 기술사, 경제사상에서 그 어느 농서보다 값진 것이다.

농사직설은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인 국왕이 권농(勸農)에 대한 강한 의지를 널리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농업이 국가의 근간으로서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농업·농촌의 공익적기능이 재조명되고 있다. 환경파괴, 식량부족과 같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빈번해짐에 따라 농업·농촌의 지속성 없이는 국가의 지속성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농업·농촌은 국가의 근간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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