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이민우

최근 청주시 공직사회에서 또다시 직장 내 '갑질'과 '부하 여직원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투서(投書)가 국무총리실 공직감찰팀 접수돼 총리실이 사실 파악에 나섰다.

투서의 내용은 "청주시청의 한 동사무소 동장(5급 사무관)이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야유회에 가서 술에 만취됐으며, 부하 여성직원에게 성적 수취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했다. 또한 동장은 부하직원들에게 폭언과 함께 욕설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달 31일 해당 동장을 행정지원과로 대기발령 조처했다. 투서 주체는 내부 동료로 추정되고 있다. 투서는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청렴한 공직문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동료들 간 불신을 초래해 조직화합과 융화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측면 등 양면성이 내재돼 있다.

이처럼 부하직원이 상급자의 횡포를 알리는 청주시의 투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일상화처럼 고착화돼 있는 실정이다.

공익제보와 투서는 정의롭고 기회균등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해 왔다. 공익제보 또는 내부고발을 영국에선 Whistle-Blowing, 미국에선 Deep Throat, 네덜란드에선 Bell-Ringers라고 한다. 공익제보는 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려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음해 투고다. 음해 투고는 경쟁자를 불리하게 하거나, 제거 또는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범죄행위이다. 그리고 음해 투고는 보통 '익명'이란 방법을 쓴다. 익명 투서는 때론 비리의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악행으로 금기시됐다. 법이 1% 무죄 가능성이 있어도 무죄라고 하는 이유는 선량한 사람부터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익명 투서를 경계하고 처벌하도록 한 고전은 수두룩하다. 목민심서에선 '투서는 불살라 버리라'고 했고, 명나라 형률서인 대명률은 '투서자는 참형에 처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국대전 형전에는 '투서는 태우지 않으면 논죄'한다고 쓰여있다. 특히 음해성 투서는 행정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조직사회와 커뮤니티에 엄청난 불신을 조장한다.

청주시의 경우 투서는 근평기간과 인사철에 집중된다. 인사를 앞두고 비위나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투서가 급증하고 있다. 특정인을 상대로 수차례 같은 투서도 접수되기도 한다. 투서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그물망식 모니터링을 통해 청렴한 공직문화를 구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무분별한 투서는 행정력 낭비는 물론 '불신의 싹'이 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 음해성 투서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소속 공무원들은 "전국 최초의 민간 주도의 통합시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비위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특히 시의 청렴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상태여서 공직사회 전체가 '복마전'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투서가 나쁘다고만 규정할 수 없다. 악의적 투서는 조직의 융화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조선의 제3대 임금 태종(太宗)이 백성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해 주기 위해 궁궐 밖 문루에 설치했던 '신문고'(申聞鼓)나 그 정신을 이은 격쟁(擊錚)이 이런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무고한 범인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조직과 사회발전을 위한 폭로나 고발이 변질되고 있는 부분은 없는 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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