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임태환 천안서북소방서 불당119안전센터장

은혜를 갚은 생쥐이야기다. 어느 날 낮잠을 자는 사자를 작은 생쥐가 지나가다 깨우게 된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생쥐는 다음에 꼭 도움을 주겠다며 살려달라 빌었고, 사자는 생쥐를 그냥 보내주었다. 며칠 뒤 사자가 사냥꾼 그물에 걸려 울부짖을 때, 그 생쥐가 달려와 이빨로 그물을 끊어 사자를 살렸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동물의 보은(報恩)이 감동을 줬다. 그러나 소방직에서 일하고 있다보니 지금은 필수가 된 '주택용 소방시설'이 떠오른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필수가 된 이유는 단 하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화재는 심야 취약시간대에 발생하며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초기 소화에 실패하면 더 큰 화재로 번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 두 가지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제도적으로 의무화됐다.

이들만으로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을 톡톡히 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지난 7월 21일 오후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입주민의 연락을 받고 경비실 직원이 집안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실외기실 내부에서 화염과 연기가 발생하고 있어 집안에 있던 분말소화기로 자체진화했다.

지난 2012년 2월 화재예방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신규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토록 하고, 기존 주택은 5년 유예를 두고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방시설이 없는 주택들이 많은 실정이다.

매일 뉴스로 들려오는 크고 작은 화재발생 소식들을 접하면서도 우리는 늘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작은 관심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한다.

작은 관심으로 설치한 주택용 소방시설이 위급상황 시 우리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은혜로운 역할을 해낼 것이다.

임태환 천안서북소방서 불당119안전센터장
임태환 천안서북소방서 불당119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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