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성시대'다. 범여권과 검찰의 진검승부에서 조국은 형편없이 찌그러들었지만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힘이 세졌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국영방송은 꼬리를 내렸다. 주요 신문의 인터넷판 프론트페이지엔 그의 발언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날선 공세에 검찰도 곤혹스러워 한다.

조국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최대 수혜자는 유시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권의 대권주자로 이낙연 총리가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여의도에선 외려 유시민을 주목하고 있다. 그가 아무리 대선출마에 선을 그었다 해도 곧이 곧 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궤변과 자기합리화의 귀재인 만큼 카멜레온처럼 언행이 바뀌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유시민은 상대편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조커'처럼 얼굴 가득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사정없이 칼을 들이대는 스타일이다. 조국사태는 그의 필살기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초기엔 침묵을 지키던 유시민은 검찰이 조국 일가의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 공격의 최선봉에 섰다. 검찰개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판단 때문인 듯 하다.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효과적인 공격수단이다. 그는 정경심씨의 딸 표창장 위조의혹과 관련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압력을 넣은 것이 물의를 빚자 "취재한 것"이라고 우겼다. 자칭 기자라는 것이다. 또 정씨의 '증거은닉' 행위를 '증거보존'이라고 해괴한 주장을 했다.

조국이 추락한 뒤에도 검찰과의 전쟁을 이어갔다. 그는 '알릴레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비공식 보고를 시도해 조 전 장관 임명을 막으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총장이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 "조국 동생에 대한 수사는 별건수사로 조폭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검이 "어떤 근거로 허위주장을 계속하는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증거는 없다", "제 판단과 추론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지극히 유시민스러운 대답이다. 교만하고 무책임하다. 일단 소설 같은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퍼트려 의혹을 부풀리고 확산시킨 뒤 근거를 요구하면 오리발 내미는 식이다. 소위 기레기(쓰레기같은 기자)들이 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유시민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면 나치독일의 선전상인 괴벨스의 어록이 떠오른다. "거짓과 진실을 적절히 배합하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또 하나 덧붙이면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유시민은 필요할 땐 기자를 자처하지만 공공재인 '미디어'와 언론인이 가져야할 기본원칙과 윤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이성을 잃었다고 한다. 독일까지 유학다녀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권력욕에 취해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안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적이고 계산된 행보라고 말한다. 검찰을 무조건 미워하고 조국 수호를 외친 사람들에겐 '사이다' 같은 방송일 수도 있다.

유시민은 '알릴레오'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정책의 뿌리와 배경, 핵심정보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내비게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실의 증거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추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알릴레오는 이미 방향을 잃은채 '페이크 뉴스'만 양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팩트는 없고 추측과 추론과 거짓이 난무하는 사이비방송이 되버렸다. 그러면서도 지난 2일엔 '언론개혁'을 거론하며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유시민은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저서에서 "남들에게,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썼다. 또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다른 이념과 다른 신앙에 대한 관용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유시민은 책에 쓴 글과 행동이 완전히 거꾸로다. 조국처럼 언행불일치가 일상화됐다. 법치를 부정하고 우리 사회의 상식과 정의에 냉소와 야유를 보내고 있다. 팩트체크도 없이 '아니면 말고'식 근거없는 뉴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는 독자들에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관용을 갖추라'고 외치면서 막상 자신은 적개심만 가득 찬 우리사회의 '해악(害惡)'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