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 오후 4시 청주시청 소회의실에서 '청주시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난개발대책거버넌스'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청주시 최대 현안중 하나인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 해결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일몰제로 그 기능을 잃을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도시계획시설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가 아무런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청주시에 사업자측과의 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사업자측이 이미 거부의사를 밝혔던 제안을 다시 꺼내들고는 행정적 결정권이 있는 청주시에게 협상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사실상 자신들의 역할을 포기한 것인데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상황만 더 꼬이게 만든 당사자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출범후 지난 두달반 동안 사업자측과 제대로 된 논의 한번 거치지 않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에만 매달려왔다. 사업자측의 당초 제안이 '도심속 허파'를 지키는데 부족한 면이 있다면 보완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대안으로 내놓은 방안은 처음부터 수용 가능성이 떨어지는 과도한 수준이었다. 이후 사업자측이 역제안에 나섰으나 마라톤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원안 고수였다.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면 협의 과정에서라도 적극성을 보였어야 하지만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요구만 내세우기 바빴다.

그런 까닭에 이제라도 거버넌스는 도시공원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얼마 남지않은 활동시한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능력부족을 인정하고 차라리 시에 전권을 넘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도시공원을 지키라고 만든 기구가 난개발로 가는 길을 부추기고 있으니 이제라도 활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사실 도시공원 거버넌스는 출범때부터 불안한 구성이었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생태축을 보전하고 모두를 충족시키지는 못해도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하지만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에 휘둘리는 기구로 전락했을 뿐이다.

이들이 도시공원에서 손을 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몰제가 시행되는 내년 7월까지 관련 행정처리가 이뤄지려면 빠듯한 만큼 능력이 안되면 그만둬야 할 시점이다. 어떤 이유가 됐든지 도시공원은 지켜져야 한다. 방법과 규모 등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 난개발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청주시는 도시공원 전체라는 명분에 매달려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 얻으려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수 있음을 먼저 되새겨야 한다.

도시공원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손놓고 있다가 발등의 불이 떨어진 뒤에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이다. 챙기지 못해 손 밖으로 나간 것을 뒤늦게 명분과 실리 모두, 그것도 어떤 희생도 없이 힘들이지 않고 얻으려한다면 '도둑 심보'와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청주시는 추경으로 확보한 공원매입비를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도시공원을, 구룡공원을 지키겠다는 것도 다 도심녹지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녹지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흑묘백묘(黑猫白描)의 지혜를 빌려서라도 일이 되게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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