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에서 피가 나와요” 진료실에서 상담전화로 자주 상담하는 질문이다.

젊은 남성뿐만 아니라 70대 남성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이런 난감한 일을 겪게 되면 혹시 나에게 심각한 생식기 장애가 있는지 비뇨기과를 방문하지만 대다수의 남성들에게 아직도 비뇨기과의 문턱이 높아서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 보다는 배우자를 통하여 상담전화 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를 혈정액증이라고 하며 신선하거나 변형된 혈액이 사정액에 존재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생식선이나 생식관, 요도 및 방광 등을 포함한 질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임상적으로 성기능, 불임, 혈뇨, 전립선통, 회음부 동통 및 하부요로계 증상들과 함께 나타날 수 있으나, 종종 비뇨기계질환의 단일 증상으로도 단독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혈정액증의 원인으로는 염증 및 감염질환을 생각할 수 있다. 만성 전립선염 및 요도염이 동반된 경우에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정낭, 사정관, 전립선에서의 낭종성 변화나 사정관 폐색, 정낭게실, 요도협착 등 해부학적 폐색으로 생식관의 확장과 팽대와 같은 변화로 점막혈관들의 파열이 일어나 혈정액증이 일어난다. 40세 이상의 연령에서는 종양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혈정액증과 관련된 임상 보고에 따르면 305명의 환자 중 단지 13명에서 관찰되어 빈도가 낮으나 악성종양도 혈정액증의 원인일 수 있으므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정맥기형, 혈관종 및 정맥염 등의 혈관이상으로 기인한 출혈이 원인이 되어 혈정액증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러한 병변은 전립선, 정낭, 방광경부에 호발한다.

내과질환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심한 단백뇨, 신혈관질환, 혈액질환, 간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전립선 조직검사 이후에 흔히 혈정액증이 나타나고 방사선치료, 초음파치료, 전립선내 주사치료 및 여러 가지 비뇨기계의 의학적 이물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환외상, 회음부 외상에 의해서도 혈정액증이 나타날 수 있다.

종합하면 염증이나 감염질환과 관련된 경우는 39%, 종양과 관련된 경우는 2%, 의인성 원인이나 외상과 관련된 경우는 2%이며, 11%에서는 다른 여러 질병들과 연관되어져 있다. 하지만, 나머지 약 46% 정도에서 특발성으로(원인을 알 수 없는) 분류되며 불완전한 사정으로 연관되어 진다.

혈정액증의 진단으로는 간단한 문진 및 신체검사, 혈압측정을 하며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내과적인 전신질환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를 실시한다. 영상검사로는 직장초음파 검사가 가장 유용한 검사로 인정되어왔다. 방광요도내시경은 임상학적 출혈부위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 경정맥신우조영술, 경직장 코일 자기공명영상(MRI), 전산화단층촬영(CT), 정관/정낭조영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치료는 각각의 원인질환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혈정액증은 그 증상이 심하지 않고 자연치유를 기대할 수 있어 대기요법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치료는 진단소견에 따라 결정된다.

비교적 흔한 혈정액증은 자연히 회복되기도 하지만 약 50%정도에서는 원인 질환이 있으므로 진단 및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플러스 피부비뇨기과 원장 한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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