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충주시가 각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번번이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진지한 반성이나 개선을 위한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시는 충주세계무술공원에 유치했던 충주라이트월드에 대해 최근 시유지 사용수익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이 사업은 조길형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충주의 대표적 도심형 관광사업'이라며 서둘러 개장했던 사업이다.

당시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민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시는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해 '선거용'이라는 의혹을 샀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각종 문제점이 불거져 관련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공익감사까지 받고 더이상 방치가 힘들어지자 결국 시 스스로 허가 취소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시는 지난 2105년 5월 세계 유일의 당뇨바이오 특화도시를 조성한다며 대대적인 원년 선포식을 가졌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당뇨바이오산업박람회 개최 등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충분한 검토없이 의욕만 갖고 앞세워 추진했다가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시는 올들어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에 동충주역 신설과 노선 변경 문제를 갑자기 들고나와 시민 갈등을 부추기더니 정부의 적정성검토 대상에서 배제돼 현실성이 없어지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일단 시작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처럼 시가 추진했던 각종 사업이 무산되면서 엄청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됐다. 문제는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는 점이다.

자치단체는 잘못된 행정 집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책임행정이 이뤄지고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충주시가 과연 책임행정을 실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라이트월드 추진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하기 전까지 충주시는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가 설립한 충주중원문화재단 사무처장 채용공고를 하면서 근무기간을 명시하지 않아 재단의 문제의 근본적인 단초를 제공했지만 책임진 공무원은 없다. 이 재단의 사무처장이 충주시립 우륵국악단의 외부공연을 진행하면서 연출·기획비를 개인통장으로 받은 것이 시의원의 폭로로 드러났지만 시 조사담당자는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그동안 재단의 많은 문제점을 외면해 온 시는 이번에도 역시 조사 의지가 없어보인다.

지난해 반려동물보호센터 위탁운영자를 공모하면서 단독 응모자를 재공모 없이 그대로 선정한데다 그나마 자격 요건마저 안되는 응모자를 선정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답이 없다.

시의 조사·감사기능은 물론, 행정에 대한 개선의지마저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공무원들의 자세가 안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급기야 최근 단월정수장 설계공모를 둘러싸고 공무원 향응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무총리실이 나서 관련 공무원들을 조사하고있다. 충주시의 자체 조사·감사능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감사원이나 국무총리실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감사와 조사를 받고 망신살을 사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이 터진 뒤 조길형 시장이 비위 공무원 엄중조치와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입으로만 외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책임행정을 실천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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