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뉴시스

대입 정시·수시 비율을 놓고 오락가락 말을 바꾼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를 발표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시기는 오는 2025년에 일괄적으로 단행해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에 맞춰 학교별 불평등 요인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이지만 대학입시를 왜곡시키는 고교 등급의 근원을 뽑아내겠다는 것인데 교육관련 문제 해결책 치고는 과격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현 정부 교육정책의 엇박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자주 바뀌는 것이 교육정책이다. 대입제도만해도 큰 흐름이 수시로 변경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교육정책에 성공한 적이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도 있지만 장단점 확인에만 십여년이 걸리는데도 근시안적, 단기적 관점에서 정책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더해진다면 최악이 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딱 그런 지경이다. 출범 30여개월동안 갈팡질팡한 주요 교육정책만해도 한손을 넘는다. 유치원부터 특성화고, 대입, 대학생까지 대상도 골고루고 종류도 다양하다.

섣부르게 건드렸다가 후폭풍을 맞는 대입 정시확대만 봐도 그렇다. 자사고·특목고 폐지의 바탕인 공교육 정상화와 정반대 방향이다. 정시 위주의 입시가 되면 인성 등 전인교육은 물건너가고 문제풀이 수업이 고개를 든다. 이런 이유로 교육계에서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꺼내 든 까닭은 대통령의 의지가 아닌 인기와 표 때문이다.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앞에 백년대계가 또 무너진 것인데 주장의 배경이 된 여론조사도 겉핥기 수준이다. 수시와 직결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고치면 되는 것이다.

현 정부 교육정책이 표를 따라간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무상교육 시행 출발점이 고1에서 고3으로 갑자기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정책을 저학년이 아닌 고학년부터 시작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년취업률을 올리겠다며 대학 1~2학년 학원강사 허용을 추진했다가 쓴소리만 듣기도 했다. 대통령 핵심공약이었던 수능 절대평가는 또 어떤가. 공론화를 내세워 밀어붙이려 했지만 반발이 거세지면서 표에 도움이 안될 듯 싶자 1년만에 포기했다. 그러나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대학입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데 여당에서는 '대통령이 교육적 가치보다 정치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궤변으로 옹호를 하는 판이다. 이러니 '교육이 산으로 가는'게 당연하다. 대입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학종 단순화·간소화 또는 수시·정시통합이나 수능 횟수 확대, 시기변경 등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맞다. 어설프게 정치적 의도를 갖고 뚝딱 처리할 일이 아닌 것이다. 융·복합시대에 필요한 고교학점제를 별 이유없이 미루는 등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우리 교육현실은 기초학력 미달자 1.5배 증가, 사교육 규모·참여율 사상 최고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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