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지난 달 '떡 귀신 우리 할머니'란 동화책을 냈다. 귀신이라는 말에 무서운 이야기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귀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떡을 좋아해 '떡순이'라는 별명을 가진 할머니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다.

동화책 표지 그림은 할머니가 아주 긴 가래떡을 먹는 모습으로 이를 본 네 명의 아이가 깜짝 놀라는 장면도 작게 있다.

책을 내고 며칠 뒤였다. 잘 아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잠시 후 상자 하나를 받았다. 상자를 열어보니 금방 해 온 가래떡이 있었다. 동화책 출간을 축하한다며 겸사겸사 갖고 온 거란다.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감동이 전해왔다. 그 어떤 축하선물보다 잘 어울렸다.

떡을 잡으니 따끈따끈했다. 한 가닥을 뚝 잘라 입안에 넣었다. 쫀득쫀득한 게 천천히 씹으니 은은한 고소함이 밀려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뜻밖의 떡 선물이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래떡은 둥글고 길게 늘여 만든 것으로 모양이 길다고 하여 가래떡이라 부른다고 한다. 어릴 적 설 전에는 불린 쌀을 머리에 이고 방앗간을 가는 어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다 오지 않는 어머니나 할머니를 찾아 방앗간에 가곤 했다.

방앗간에서는 허연 김이 연신 나왔다. 허연 김 사이로 구멍에서 쑥쑥 나오는 가래떡이 마냥 신기했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면 어른들은 금방 나온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뭉텅 잘라 쥐어주곤 했다. 아! 그 맛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큰 함지에 가래떡을 이고 집에 가는 어머니를 아이들은 졸졸 따라 갔다.

명절이 지난 후 동글동글 썰어 놓은 가래떡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었다. 딱딱한 가래떡을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하다보면 그 맛 또한 좋았다. 연탄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겨울날 난로에다도 구워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 봉긋봉긋 구름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러면 얼른 꺼내 호호 불어 입안에 넣었다. 입천장 허물이 벗겨지더라도 그저 더 먹고만 싶었다.

그러다 장날이 오면 어머니는 가래떡을 뻥튀기 해 가져 왔다. 작은 가래떡이 정말 '뻥'하고 커졌다. 늘 옥수수 튀밥을 먹던 아이들에겐 새롭고 꺼끌꺼끌한 게 없어 좋아했다.

가래떡 얘기는 끝이 없다. 그러고 보니 11월 11일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빼빼로데이다. 벌써부터 가게에는 여러 모양의 빼빼로를 진열해 놓았다. 포장 모양도 참 다양하다.

나도 예전에 선물로 빼빼로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큰 바구니나 상자에 담긴 빼빼로는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쌌다. 요즘은 더 하리라 생각된다. 한 제과 관계자가 뉴스에서 빼빼로는 빼빼로 시즌 매출이 1년의 50%를 차지한다고 말하니 상상이 안된다.

얼마 전 쌀 관련 글짓기를 지도할 때였다. 몇 아이가 빼빼로데이 대신 가래떡데이라는 동시를 썼다. 88번의 손이 가야 쌀이 된다면서 농부들의 땀까지 잊지 않고 글로 담았다.

11월 11일, 어떤 학교에서는 가래떡을 주었다는 얘기를 해마다 듣는다. 정부는 1996년에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지정하고 2006년에는 이날을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가래떡데이를 만들었다.

곧 다가올 11일, 말랑말랑 쫀득쫀득한 가래떡 선물을 꼭 해야겠다.

김경구 작가
김경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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