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아들서 공직 1급까지… '흙수저 신화' 일궜죠"
38년 공직생활 '피 땀 눈물' 노력
'방탄소년단' 성장과정과 닮은꼴
낮은 자세 '겸손·정직한 정치인' 꿈꿔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이 청주 수암골 전망대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청주 출신의 정정순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청주상당 출마를 준비중이다. / 김용수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이 청주 수암골 전망대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청주 출신의 정정순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청주상당 출마를 준비중이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방탄소년단'이 성장해온 과정이 저랑 비슷해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하루 14시간씩 춤추고 노래하면서 피나는 노력을 했고, 제도화된 루트가 아닌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팬심을 만들었죠."

정정순(62)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자신과의 닮은점을 꺼내놓았다. 정 위원장은 '고졸 7급 공채'로 공직을 시작해 비(非)고시 출신 최초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실장(1급)까지 오른 '흙수저 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38년 공직생활동안 청주시부시장, 충북도 행정부지사 등을 거쳤다.

"가난한 농부의 셋째아들로 태어났어요. 고시출신도 아니고 일류대학 출신도 아니고 지역적으로도 충청도인 '비주류'이지만 스카이출신들도 하지 못하는 지방재정세제실장을 맡았죠."

지방재정세제실장은 행정안전부 예산의 97%에 달하는 지방교부세를 지자체에 배분하고 지자체의 재정과 세제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그는 2015년부터 1년 남짓 맡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 / 김용수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 김용수

"방탄소년단 광팬이에요. 휴식시간이 생길 때마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어요. 제게 힘을 주는 곡은 '피땀눈물', '봄날', '마이크로 코스모스'. 나이 60이 넘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90년대 1세대 아이돌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 '수암골'(청주시 상당구 수동)에서 만난 정정순 위원장은 젊은이들을 만나러 수암골에 종종 온다고 했다.

"수암골은 청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원도심의 상징으로서 옛 향수가 있고, 젊은층의 현대적 감각이 있는 곳이죠."

청주가 안고 있는 문제, 즉 원도심과 신도심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숙제'가 있는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수암골 주변은 정 위원장의 생활무대였다. 인근의 청주시청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고, 인근의 청주대를 다녔다.

정정순 위원장은 인터뷰장소로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 '수암골'(청주시 상당구 수동)을 선택했다. 젊은이들을 만나러 수암골에 종종 온다고 했다. / 김용수
정정순 위원장은 인터뷰장소로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 '수암골'(청주시 상당구 수동)을 선택했다. 젊은이들을 만나러 수암골에 종종 온다고 했다. / 김용수

1977년 3월 7일은 그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19살의 나이에 청주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날이자, 그의 19번째 생일날이었고, 청주대에 야간으로 입학한 첫 날이었다.

정치에 발을 담근 건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청주시장 경선을 치뤘다.

"청주시장 경선을 위해 6개월간 뛰어보니 나를 낮춰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정치인은 낮은 자세로 일하면서 일반시민들의 생각을 읽어내야 한다는 것을."

정치인으로서의 첫 도전은 실패였다. 몸도 마음도 괴로웠다.

"경선 실패후 정치를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고 인생의 선배인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를 찾아갔어요. 그때 해주신 얘기가 "공직에서 받았던 경험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하고 따뜻한 가슴과 손으로 정치를 해라"였어요."

정정순 위원장이 수암골 전망대를 오르고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건 2017년 9월이다. / 김용수
정정순 위원장이 수암골 전망대를 오르고 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건 2017년 9월이다. / 김용수

한범덕 현 시장과 경선한 정정순 위원장의 당시 지지율은 34%. 전국 경선 후보자 중 가장 높았다. 이원종 전 지사의 멘토링 덕에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게 됐다고 했다.

"'경청하고 겸손하고 정직한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정치인이 투사여야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법을 바꾸는 일인데 저는 38년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를 넘나들며 다양한 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청주상당 출마를 준비중인 그는 크고작은 지역구 행사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춘다. 행사의 계절(?)에는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저녁 9시까지 10여개의 '살인(?)' 스케쥴을 소화한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 / 김용수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지역위원장. / 김용수

복장은 늘 짙은 남색 양복과 흰 셔츠, 블루넥타이다. 공직자의 이미지를 살린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청주시 상당구는 8개 동, 5개 면이에요. 면적이 청주시의 43.4%를 차지해요. 서원구보다도 커요. 움직이는 동선이 커서 바쁠 수밖에 없죠. 체육대회, 축제장, 반찬봉사 등 10월에는 하루에 11개 행사를 다녔어요."

요즘 관심사는 저출산 고령화문제와 농촌문제다.

"출산율이 1983년 2.1명에서 지금은 0.98명까지 떨어졌어요. 육아, 출산, 노인문제를 따로따로 대응해서는 해법이 없어요. 전통적 가족제도를 복원하면 어떨까 싶어요. 할머니·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가정에 대해 수당,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 노인의 고독문제, 젊은이들의 육아문제가 해결될 거에요."

정정순 위원장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
정정순 위원장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는 어땠을까.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정 위원장은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의 80점을 줬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살다시피했지만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려고 애썼단다.

"아버지는 지방대를 나왔지만 자식들만큼은 잘 키우고 싶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이 둘째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고 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에요."

큰 아들은 회계사, 둘째 아들은 검사라고 귀띔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으로는 1980년 온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 일을 꼽았다. 당시 첫째 10살, 둘째 7살이었다. 가해자는 음주운전에 무보험이었고 사고현장에서 사망했다.

"주말에 대전엑스포를 관람하고 청주로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와이프는 모든 뼈가 부러지고 둘째는 대퇴부 경부가 부러져서 수술을 받았고 오랫동안 입원을 했었어요. 가슴부터 발톱까지 깁스를 했죠. 열심히 살아온 내게 왜 이런 잔인한 일이 생기나 원망했는데 집사람은 '우리 가족의 목숨을 살려줘서 감사하다'며 하느님께 기도를 하더라고요."

인터뷰 도중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오자 얼른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한다. 만나야 할 사람을, 해야할 일을, 그렇게 국회의원 당선을 향한 바람을 꾹꾹 눌러 쓴다.

 

정정순 위원장이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인 수암골 골목길을 걷고 있다. / 김용수
정정순 위원장이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인 수암골 골목길을 걷고 있다. / 김용수

 

 

셀프 프로필

-충북도행정부지사, 청주시부시장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
-새마을운동중앙회 사무총장
-청주고·청주대·청주대대학원 졸업
-홍조근정훈장(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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