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6. 어느 것이 설탕이냐?

어제는 걷고 또 걸었다. 처음엔 파미르 하이웨이 투어를 위한 비자 때문에 타지키스탄 대사관을 찾았다. 도로는 넓고 구글맵은 헤맸다. 늦여름 태양은 가로수 사이를 오가며 뜨거웠다. 대사관 직원은 대답했다. "여기는 일반비자만 취급합니다. 투어 비자는 인터넷으로 신청하세요!"

어디를 갈까 고민 하다가 광장에 있는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택시를 합승을 하고 시내로 달렸다. 참 넓다. 이곳은 확실히 대륙의 땅이다. 곳곳에 나무가 울창한 공원을 지나고 또 지났다.

모스크바나 상떼베테르부끄에서나 볼 수 있는 유럽식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건축술이나 미적감각과 스케일이 우리나라와 달랐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본 인테리어 수준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은 주변은 온통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고 딱 봐도 기막힌 동상도 보였다. 그 분은 14세기에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거쳐 페르시아만까지 대제국을 이룬 사람이다. 늘 그렇지만 박물관은 이슬람식의 화려한 자태로 박제된 골동품 같이 졸고 있었다. 공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여기는 땅이 국유지인지 아니면 땅이 남아 도는지 끝이 없다.

걷다 지쳐서 택시 타고 숙소로 컴백 하기로 했다. 기사가 앱을 보고도 목적지를 모른다고 해서 내리고, 다시 타고, 또 내리고 걷고 타고. 밧데리가 나가서 일식집에 들러 콜라 한 잔 팔아 주고 충전해서 다시 택시를 탔다. 결국 택시기사가 모른다고 해서 일반 사람에게 길을 물었더니 자기 차로 숙소까지 데려다 줬다. 어휴! 죽으라는 법은 없다. 반은 죽은 상태로 저녁도 생략하고 잠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달한 한국 커피 생각이 나서 어둑한 식당에 내려 왔다. 물을 끓이고 식당에 있는 설탕을 넣고 마당에 나가 앉았다. 그래, 여행은 이 맛이야! 정원을 바라보며 모닝 커피 한 모금! 으악! 소금 맛이 입안 한 가득! 이것은 아니지. 소금을 설탕으로 착각하고 넣었던 것이다.

이상봉 여행작가
이상봉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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