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전국시대 전국칠웅(戰國七雄)은 합종과 연횡을 반복한다. 즉 동맹 체결을 반복한다. 소진은 합종책을 주장하고, 장의는 연횡책을 편다. 여러 나라가 대립할 때 합종이든 연횡이든 동맹은 부득이하다. 어설픈 중립은 모두의 적(敵)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 국방 현안 가운데 발등의 불인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동맹의 결과이다. 정부가 파기를 선언하고 종료 시점인 23일이 다가오는데 급한 나라는 누구일까?

최근 입법부의 수장인 문희상 의장은 한일청구권협정을 '1+1+국민성금'으로 종결하자고 하며, 일본 기업과 성금은 임의적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만나 강제징용에 대해 다양한 해법이 있다고 한다. 어라! 처음과 달리 모양새가 구겨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중부매일에 실린 기고 '지소미아 파기를 반대하는 나라는 누구일까?'라는 글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양날의 칼이므로 자칫하면 일본의 힘과 전략에 밀려 포위(사면초가)를 당할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경제보복 초기에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손해는 일본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일본의 손해를 계산할 이유가 없다. 파기를 하면 미국이 나서 난리를 칠 것을 잘 아는 일본은 급하지 않다. 그런데 미국도 한일 갈등 중재를 할 의도가 없다고 하며 오히려 지소미아와 방위비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도 급하지 않다.

우리만 급하다. 어느 정도 급한지 문의장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범 기업도 강제적으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말은 대법원 판결문의 강제력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일본이 그동안 주장했던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는 문의장 말은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하면서 지소미아 종료 입장은 여전하다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모습은 모양새를 갖출 수 있는 퇴로를 찾는 중으로 보인다.

만약 이대로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미국과 일본에는 굴복을, 중국과 북한에게는 조롱을 당하게 됐다. 그렇다고 자존심 때문에 지소미아를 종료하면 혈혈단신(孑孑單身)이 된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초나라가 제나라와 동맹을 맺는 이유는 제나라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위나라가 진나라와 동맹을 맺는 이유는 진나라가 편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다. 동맹은 우리나라가 살려면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지의 물음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 가까운 나라는 공략하고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는 것은 동맹의 원칙이다. 중국과 가까운 나라는 누구인가? 미국, 일본이 아닌 우리다. 일본과 가까운 나라도 역시 우리이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중 한반도의 땅이 불필요한 나라는 가장 먼 나라 미국이다. 싫든 좋든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6조의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었다. 참으로 장사꾼 트럼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동맹은 이념의 옷을 입을 수도 있으나 본바탕은 실리(實利) 여야 한다. 또한 정권의 인기와 내부 정치의 필요성에 따라 동맹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게를 잡으려다 구럭조차 잃는' 모습이다. 참 답답한 우리나라 외교의 모습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