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 오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축사를 듣고 있다. / 뉴시스

11일은 농업인들을 위해 국가에서 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도 농업인들이 우울한 '농업인의 날'로 기록될 듯 싶다. 직전에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하면서 농촌의 생존과 농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농업인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은 일제히 이같은 입장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을 성토하고 나섰으며 미래를 위한 농업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995년 WTO에 가입한 이후 농업정책은 퇴보와 '땜질'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미래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식량안보도 뒷전일 뿐이었다.

이처럼 농업이 괄시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산업에 비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어드는 반면 농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선거때만 농업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했던 정치로 인해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졌고, 농업인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이제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농업이 국가정책에서 밀려난 사이 농산물 가격은 거듭 폭락하고, 농가소득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구조조정 등 체질 개선이나 대안 마련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식생활 변화에 따른 농산물 수요 변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농업의 근간인 농산물 생산과 소비의 균형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일부 품목들은 유통과정이 더 큰 문제인데도 30여년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생산 현장에서는 생산성 향상보다 임금 등 비용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정부당국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 유통망 현대화나 스마트 팜 조성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구색을 갖추려 했지만 이 마저도 대상은 제한적이고 효과는 미미하다. 신품종 개발·공급은 가뭄에 콩나듯 하지만 종자시장은 마지노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까지는 아닐 지 몰라도 농업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다. 더구나 최근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중심으로 '생명산업'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몇몇 미래학자나 경제 전문가는 이미 농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래산업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관심이 커지는 식량안보 면에서도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농축산물 자급률은 갈수록 낮아져 20%를 겨우 넘기면서 OECD국가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전세계 식량 생산은 감소하는 반면 소비는 앞으로 수십년간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로서는 식량안보가 발등의 불인 셈인데도 여전히 농업은 뒷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를 고려하지 않은 추곡수매와 같은 정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농축산물의 유통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농업의 미래에 주목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매달 10만원 가량의 수당을 주고 받는 것으로 농업의 미래를, 국가의 기반을 지키는 것처럼 문제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물러설 수 없다면 어떤 고난이라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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