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정서공감능력이 아이를 바꾼다
부모님의 정서공감능력이 아이를 바꾼다
  • 중부매일
  • 승인 2019.11.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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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 전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니 7살난 손주 녀석이 지에미한테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아마 아침에 숙제를 냈는데 녀석이 핸드폰 게임하느라 숙제를 다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물론 아이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만 짜증난 목소리로 "네가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앞으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렇게 아이에게 다그치던 그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치곤 한다. 곧장 아이가 "엄마, 잘 못했어요"라고 용서를 빌어 일단락을 지었지만 멀찍이 듣고 있던 나는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모름지기 부모님의 사랑은 아이에게 절대적이다. 그러나 아이의 욕구와 특성에 맞게 전달되어야 한다. 부모님은 누구나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아이들이 정말 잘 자랄 수 있으리란 생각을 자주한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죄책감 느낄 이유는 없다. 부모님은 그 자체로 위대하니까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낳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 예삿일인가?. 인간이 인간을 창조하고 어엿한 인격체로 키우는 일은 생각할수록 벅차다.

일찍이 부모님의 화내는 목소리, 비난하는 목소리가 우리 아이의 뇌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공포가 아이의 전두엽을 마비시키는 탓에 아이는 생존을 위해 파충류의 뇌를 작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추궁하면 궁지에 몰린 아이가 '제가 언제 그랬어요?'라며 제 방으로 휙 들어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을 보호할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따스한 목소리와 이성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부모님은 아이가 파충류의 뇌로 대들더라도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로 가다듬어 말을 해야 한다. 아이의 전두엽은 아직 미완성이고 평균적으로 20대 후반에야 완성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기에 잘 발달하고 있는 아이의 감정 뇌를 격한 목소리, 비난하는 목소리, 경멸하는 목소리로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감정뇌는 아이를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보물창고다.

이에 걸맞게 지난 60년간 하버드 대학 졸업생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 남을 배려하는 친절한 사람,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사람 등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경멸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가 유머감각이 발달할리 없고 생존을 위해 방어기제만 발달시킨 아이가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도덕성 높은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아이가 유·초등기에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자랐는지가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이 뛰어 나기를 바란다면 부모님의 목소리부터 온화하게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부모님이 목소리를 조절하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에 있는 트라우마와 초감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님의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그러기에 아이앞에서는 숨소리도 골라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우는 것이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감정코칭, 눈높이 대화 등을 통해 아이의 정서와 공감능력을 높여 주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아이의 미래는 더없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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