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박용현 농협 경주교육원 교수

도시의 삶과 농촌의 삶, 우리가 각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정서는 어떻게 다를까?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농촌의 삶이 도시보다 여유롭고 한적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것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도시의 삶은 스마트한 문명과 네온사인들로 가득차 있지만, 빼곡히 들어선 건물과 기계들 때문에 고개를 드는 일조차 벅차다. 미세먼지로 고통받으면서 달과 별 조차 없는 하늘을 등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삶속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안정이다.

이에 대비되는 농촌의 풍경과 한적함은 편안함의 가치가 하나의 해법이 될수 있음을 말해준다. 주말 아침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상상처럼, 한번쯤은 농촌에 소박한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꿈을 꾼다. 창문을 열면 바람에 섞인 흙내음이 밀려오고, 식당에는 직접 가꾼 채소들의 신선함이 상을 가득 채우며, 황금빛 저녁들판을 바라보는 그 자체가 우리를 위로하는 치유제일 것이다.

이러한 정서적 위안은 꼭 귀농·귀촌이 아니라, 카페를 가듯 가족단위로 아이들 손을 잡고 농촌을 방문해도 얻을 수 있다. 카페가 주는 정서적 안정과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이 좋다고 모두 카페를 창업하지 않는 것처럼 그곳에 살지 않아도 황금들녁의 농촌으로 잠시 떠나고자 하는 마음과 실천만 있으면 된다.

자연과 호흡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농촌과 마주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과한 것은 덜어내는 비움의 미학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농촌이 주는 풍요로움과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별 특색있는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농촌체험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재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농촌은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하루종일 대면하고 학업에 지쳐있는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농촌과 자연이 주는 상쾌함을 공유하며, 평소 귀 기울이지 못한 가족간의 뜻깊은 정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박용현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박용현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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