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계 '이국종'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수의사계 '이국종'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 신동빈 기자
  • 승인 2019.11.1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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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남극 세종기지로 가는 까닭은?
오는 29일 펭귄 연구를 위해 남극을 찾는 김정호 청주동물원 사육사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동물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원' 포스터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오는 29일 펭귄 연구를 위해 남극을 찾는 김정호 청주동물원 사육사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동물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원' 포스터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오는 29일 펭귄 연구를 위해 남극을 찾는 김정호 청주동물원 사육사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동물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원' 포스터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46) 수의사가 오는 29일 미지의 땅 남극으로 떠난다.

국내 야생동물 수의사 중 최고로 평가받는 그가 남극을 찾는 이유는 펭귄 뇌파연구를 위한 지원팀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김 수의사는 "국내 펭귄연구의 권위자인 이원영 박사의 펭귄 뇌파연구를 돕기 위해 남극에 가게 됐다"며 "연구진행을 위한 마취지원 및 펭귄 치료 등 돌발 상황 대응업무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팀은 2주간 남극에 머물며 '최대 일주일 간 쉬지 않고 수영하는 펭귄의 뇌파활동' 등을 연구하게 된다.

대한민국 수의사 대표로 남극을 찾게 된 그는 야생동물에 대한 폭넓은 현장경험과 연구경력으로 이미 이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자다.

세계 최초 곰 인공수정 사례로 기록된 지리산 반달곰 복원팀과도 함께 일하고 있는 김 수의사는 인터뷰 당일인 12일에도 국내 최초 고양이과 동물 체외수정을 위한 난자 채취 시술을 진행하는 등 종 보존을 위한 연구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삵'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시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고양이과 동물들의 개체보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13일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과 MOU를 맺고 황새 유전자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인공수정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며 다음날에는 서울대공원에서 동물 정자채취를 통한 인공수정을 진행한다.

김 수의사는 "동물 멸종의 심각성을 느낀 선진국에서는 프로즌 주(Frozen Zoo, 생식세포를 냉동 보관해 종 멸종에 대비하는 동물원)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동물 보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동물관련 종사자들은 동물 치료 뿐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멸종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람의 수의사, 하나의 동물원만 가지고는 이 같은 일을 해낼 수 없다"며 "충북대 야생동물 구조센터, 황새연구원 등 다양한 단체의 협업과 더불어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야생동물 수의분야 '으뜸'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

위기의 동물 보호·치료… 신개념 동물원 꿈 꿉니다

김정호 수의사가 청주동물원 내 동물병원에서 수술기구를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김정호 수의사가 청주동물원 내 동물병원에서 수술기구를 설명하고 있다. /신동빈

'수의사계의 이국종', 김정호 수의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청주동물원 직원들이 김 수의사를 부르는 별칭이다. 이에 김 수의사는 부족한 자신에게 너무 과한 표현이라며 손 사레를 치지만 20여년 가까이 쌓아온 현장경험과 연구실적은 전국에서 손에 꼽힌다.

김 수의사가 야생동물과 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당시 청주동물원이 확장하면서 전담 수의사를 구하게 되면서 야생동물 수의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대학원 생활을 하다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고 싶어 동물원에 지원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곳 동물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후 김 수의사는 청주동물원에서 수백 종의 야생동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눈으로 볼 때 야생동물이 '아프구나'라고 느낄 수 있으면 그건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야생동물은 애완견이나 가축과 달리 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 걸 다른 동물이 알면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극한의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 최대한 병을 숨기죠.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수의사는 정기적인 검진활동으로 동물들의 병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번식기에 일어나는 다툼, 영역싸움으로 인한 부상자(?)가 발생하면 김 수의사가 출동, 수술을 직접 집도한다.

"수컷 두루미가 번식기 때 싸움이 붙어서 부리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부리 접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억이 있어요. 새의 부리가 부러지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제게도 기억이 많이 남는 수술이었어요. 또 호랑이나 스라소니도 영역다툼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모든 야생동물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호랑이 같은 대형동물의 경우 치료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봉합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동물원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인 '출산' 과정에서도 김 수의사의 활약은 이어진다.

"과나코(소목 낙타과에 속하는 동물)가 동물원에서 출산을 하는데 난산이 된 적이 있어요. 새끼가 어미 품을 빠져나오지 못해 직접 꺼낸 적이 있어요. 지난 4월 말 태어난 스라소니도 3마리가 한꺼번에 태어난 것은 국내 처음이었기 때문에 진통부터 출산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중증 동물 환자 외에 눈병 걸린 물범, 기생충에 감염된 늑대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겪는 동물들도 모두 김 수의사의 손을 거친다.

"야생동물은 종도 다양하고 나이, 성별 등 개체특성에 따라 병의 진행경과도 매번 다르게 나타납니다. 가벼운 증상이더라도 올바른 처치가 이뤄지지 못하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죠."

20여년 간 야생동물을 치료하면서 '해본 케이스보다 안 해본 케이스가 더 많다'는 김 수의사는 진료+연구의 개념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봉합수술이더라도 종에 따라, 다친 부위에 따라 치료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살을 바늘로 꿰매는 것과 부러진 새 부리를 붙이는 일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료마다 외국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하며 진행하게 됩니다. 검증된 진료법이 아니다보니 진료 하나하나가 도전이 되는 것이죠."

야생동물 마다 올바른 치료법을 적용하기위해 노력을 거듭해온 김 수의사의 노력은 세월이 쌓이면서 동물원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동물원의 역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청주랜드사업소에서 운영하는 청주동물원의 경우 이 분야를 선도하는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김 수의사가 말하는 선순환 구조는 동물원이 위험으로부터 구출된 동물을 보호하고 그 동물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부리가 비뚤어져 아사 직전에 구출된 독수리가 있었어요. 현재 치료를 마친 독수리가 우리 동물원에서 재활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되찾으면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이에요. 수년전 방사된 독수리 한 마리는 지금 몽고평원을 날고 있어요. 매일 12번 위치확인을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신기하게 조금씩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어요. 이곳에서의 생활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건 아닌지 막연한 상상에 즐겁습니다"

청주동물원에는 독수리 외에도 덫에 걸린 삵과 웅담채취 사육장에서 길러지던 곰이 생활하고 있다.

"멸종 위기종인 삵이 덫에 걸린 채 구조됐다가 우리 동물원으로 왔어요. 다리를 온전히 쓰지 못해 야생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게 됐지만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를 낳으면 그 아이들은 야생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아픈 동물은 보호하고 자연으로 동물들을 돌려보내는 동물원의 모습을 한걸음씩 실현시키는 거죠."

시민들의 정성으로 위기에 빠진 곰을 사들인 일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서 지난해와 올해 9월 웅담채취용으로 사육되던 곰을 구매해서 동물원에서 키우고 있어요. 언론에도 소개된 적 있는 반이와 달이, 들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처럼 청주동물원은 관람만을 목적으로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는 과거형 동물원에서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동물원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이들이 동물원 관람을 오면 이 동물은 어떻게 구조돼 여기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가능합니다. 동물들에게 떳떳한 이야기가 있는 동물원, 청주동물원은 그런 곳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된 동물원 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김 수의사는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주는 청주시와 청주랜드사업소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청주랜드 직원 모두가 동물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 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해내고 있는 성과이기에 제가 아닌 청주동물원 전체에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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