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제문화제 웅진성 페레이드

축제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고 함축된 잔치다. 따라서 지역축제는 특정 지역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지역문화의 정점인 셈이다. 지역 나름의 색깔을 찾아, 이를 함께 일궈낼 이들이 꾸미는 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무조건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매년 반복되는 지역축제의 상당수는 이같은 방향을 잃은 채 계속 겉돌고 있다. 예산만 낭비하는 축제가 안되려면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한 정체성과 지역특성이 있어야 하며 이는 차별성을 의미한다.

최근 한 여행전문 리서치기관에서 조사한 지역축제 종합만족도를 보면 이같은 지적이 확연해진다. 전남 함평나비축제가 1위, 순천만갈대 3위, 곡성세계장미 4위 등을 기록했는데 축제이름부터 특성과 차별화가 뚜렷하다. 결국 한길만 판 것이 높은 축제 만족도로 이어진 것인데 충청권에서도 이미 세계적인 축제가 된 보령머드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보은대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지역의 특이점과 고유한 것들로 꾸며진 지역 특유의 축제인데, 차별화된 축제의 원재료와 표현·연출로 전혀 다른 성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이점과 이를 십분 활용한 연출이라는 점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괴산김장축제는 답보 또는 퇴보하고 있는 지역축제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미 오래전부터 고추축제를 열었던 농산물 생산에서 절임배추, 김치를 거쳐 김장담그기 체험이라는 서비스를 축제로 꾸민 것이다. 결국 이 축제는 농산물 생산이란 1차산업에 이를 가공한 2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3차를 더한 6차산업 축제인 셈이다. 가족이 함께 했던 김장 문화가 가정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틈새를 김장재료의 산지에서 메우겠다는 발상이 성공의 밑천인 것이다.

관점을 좁히고 깊게 파고 들어간 김장축제와 달리 올해로 65회째를 맞은 백제문화제는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남조와 일본 서남부까지 영향권으로 두었던 백제의 옛 영광을 바탕으로 백제문화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를 거점으로 반백년 넘게 이어졌지만 얼마전까지는 '그들만의 잔치'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내용도, 규모도, 의미도 뚜렷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이랄 수 있는 신라문화제가 지역축제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백제문화제의 처지는 초라할 뿐이다.

이런 축제의 물리적 범위를 서울·경기, 호남, 일본 규슈 등으로 넓혀 교류와 함께 축제의 격을 높이겠다는 것이 해당 지역의 구상이다. 그 찬란함으로 해외에 진출한 첫 한국문화인 '한류원조' 백제문화를 다시 부흥시키려는 도전만으로도 의미와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다른 축제를 의식해 규모에 집중한다면 죽도 밥도 안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여건과 상황이 확연히 다른 지역의 수많은 축제들이 백제문화제를 따를 수는 없다.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정체는 변화로 풀고, 미래는 새로운 활로로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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