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김영주 충북예술고등학교

'충청북도교육청교육사랑합창단'(전 청풍명월교육사랑합창단)이 창단된 지 열 여섯 해가 되었다. 우리 합창단에는 초창기부터 한 결 같이 참여하는 분들과, 애정을 갖고 매년 연주회를 참관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그동안 몇 차례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지만 명맥을 이어오게 하신 그 분들 덕에, 합창단은 한중국제합창제 금상, 직지합창제 우수상 수상 등 각종 행사 참여와 요양기관 방문을 통한 재능기부 등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얼마 전 16회 정기연주회도 잘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수석교사로 임용되던 2012년부터 단원으로 활동해오다가 2015년부터는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교사 뿐 아니라 타 교과 교사, 초등교사 및 행정직원 등이 포함된 합창단을 이끌어가며, 연주회가 끝날 때면 음악과 수석교사로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들기도 하지만 해마다 겪어내야 하는 산고의 진통이 제법 크다.

지휘자로서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신분의 단원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드러내야하며, 해마다 새로운 주제와 변화를 담은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부담감으로 일 년 내내 씨름해야한다. 먼저 연주회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각 스테이지마다 특징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계획한다. 솔리스트를 선정하고, 찬조출연자를 결정하고, 우리무대에 필요한 안무, 영상, 사회자 등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의상을 정하는 것도 큰 과제이다. 다행히 우리 합창단에는 솔선하는 단원들, 도움의 손길이 많아 비교적 순조롭게 이런 일들이 진행되곤 하지만….

이번 정기연주회는 아름답고 따뜻한 노랫말을 가진 노래들을 위주로 선정하였고, 남자무용수의 독무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 무대는 오페라 합창으로 꾸몄는데, 따스한 분위기의 '오렌지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씩씩한 '대장간의 합창', 간절한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그리고 화려한 '축배의 노래'를 각 곡의 분위기에 따라 무대를 변화시켜 연출하였다. 의상의 변화, 조명의 변화, 대형의 변화, 표정의 변화에 따라 곡의 감동이 달라짐을 관객들에게 선물하고, 우리도 그 무대를 즐기는 기회가 되고자 했다. 사회, 솔로 등을 통해 많은 단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고도 싶었다.

다행히도 이번 연주회를 마치고 지인들에게 '감동이 있었다'는 평을 들으면서 무척 행복했다.

지휘를 맡으며 단원들에게 '잘하는 합창단이 되기보다 감동이 있는 합창단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우선 부르는 내가 감동되고 관객에게 그 울림을 전할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한 합창단원이리라.

함께 하는 역량이 중요한 시대이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감동을 느끼고 전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교육 효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감동을 경험한 합창단원들이 학교현장, 교실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같은 기쁨을 만들어내고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정부차원에서 합창을 프랑스 초.중.고교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창은 여러 목소리로 하나의 음악을 탄생시키는 작업이고, 합창은 즐거움 속에서 결속력과 연대의식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합창 수업은 학업에만 치우쳐 있던 아이들의 삶에 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영주 충북예술고등학교 교사
김영주 충북예술고등학교 교사

나는 음악과 수석교사로서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합창을 만들어가는 것에 좀 더 에너지를 쏟고, 음악교사들에게도 합창전도사로서의 역할을 더욱 소신 있게 하고 싶다.

멀지 않은 날, 지휘의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줄 그날까지 새로운 합창곡을 찾아 헤매며, 감동 있는 합창을 만들기 위해 산고의 진통을 감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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