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
  • 중부매일
  • 승인 2019.11.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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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자식사랑이야 그 어떤 저울로 경중(輕重)을 잴 수 있으랴 만은 아버지의 어깨는 늘 무겁다. 가장으로서 가족과 삶이라는 커다란 인생의 무게를 지고 가는 아버지다.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더욱 고달프기만 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어깨는 세상의 무게라 하지 않는가!

아버지는 엄하게 자식교육을 하고 어머니는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이르는 엄부자모(嚴父慈母)는 옛말이 되었다. 똑 부러지고 엄격한 젊은 엄마, 눈에서 꿀물 뚝뚝 떨어지는 사랑 가득한 젊은 아빠의 지극정성 육아는 말 할 수 없이 따듯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앞세우지도, 열 두 폭 치마로 이리저리 덮어주던 푸근한 우리 어머니들 사랑 방식과는 달라도 아주 많이 달라졌다.

이 땅 어디에도 '아버지'는 없다고, 그들이 남긴 건 분노와 상처뿐이라며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인해 아버지 됨의 자리를 감당하지 못한 수많은 아버지들이 변화되었다. 교사인 그 남자도 '아버지학교' 학생이 되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네 아이의 자상하고 성실한 아버지. 세상에 사랑할 사람이라곤 단 한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는 가슴 따뜻한 가장. 그 아내와 아이들이 주는 점수로 평균 90점 이상은 되는 우등생 아버지요 남편이다.

그가 아버지학교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아이들을 꼬옥 껴안았다. 그리고 "너희들 마음 잘 헤아려 주지 못한 것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 주에는 '아빠가 너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네 아이 각자에게, 무려 80가지가 넘는 목록을 써 주며 일대일 데이트를 했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행복 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 눈에도 기쁨이 가득했다.

아버지학교 사명선언문 낭독을 하며 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 또한 믿음직스러웠다. "이제까지 내가 참 괜찮은 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강의를 들어보니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아…"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자녀들은 부족함을 고백하는 아버지를 분명 존경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많은 공부를 했지만 아버지학교 졸업을 최종학력으로 자랑하고 싶다는 어느 아버지가 했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행복을 추구하는 남편이었지만 오히려 불행을 주었고, 자상한 아버지이기를 원했지만 오히려 폭력적인 아버지로 서 있었습니다. 무력한 아버지에 대한 서글픔, 저의 폭력과 무자비를 드러내게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진정 남자다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남성다움을 갖춘 완벽한 자리임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자식들 보기에 한 점 부끄럽지 않으려, 무거운 짐 지고 책임을 다하느라 정신없이 여기까지 살아 낸 아버지들. 자식을 바른 길로 이끌고 싶은 가슴 따뜻한 부정(父情)과 아내에게 인정받고 싶은 가장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았음을 말하는 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자녀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물고기 잡는 법을 도와주는 인생 선배이자 가장 가까운 스승이어야 한다. 사랑하고 축복하는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고 시간을 쪼개어 아빠가 필요한 순간을 함께 보내는 아버지에게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항상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의 자리' 그것은 절대 양보 할 수 없는 자리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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