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형마트에 한 남자가 잔뜩 화가 난 채로 들어왔다. "마트 주인 나와"라고 소리를 쳐대는 남자의 손에는 마트가 보낸 출산용품에 대한 할인 쿠폰이 들려져 있었다. 남자는 "내 딸아이가 아직 고등학생인데, 이런 쿠폰을 보내서 미성년자인 딸에게 임신을 부추기고 있는 거냐~!"며 거세게 항의를 하였다. 이에 당황한 마트 주인은 쿠폰이 잘못 발송된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남자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돌려 보냈다. 며칠 후에 재차 사과를 하려고 전화를 건 마트 주인은 뜻 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오히려 "딸이 임신한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며 마트 주인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고등학생이었던 딸이 부모도 모르게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을 대형마트는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실제 뉴욕타임스에 기사로 실렸던 이 이야기에 대한 답은 '빅데이터 분석 예측 시스템'에 있다.

여고생에게 출산용품 할인쿠폰을 발급했던 대형마트는 고객들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후 남성, 여성 그리고 연령별로 다양한 집단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했다. 즉, 고객의 25가지 구매 행태를 분석하면,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향이 나는 로션을 사던 여성이 무향의 로션으로 바꾸거나, 평소 사지 않던 미네랄 영양제를 갑자기 사들이는 경우다. 이 대형마트는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이를 적용했고, 전국적으로 수만명의 임신 추정 여성들을 가려내어 출산관련 할인쿠폰을 보냈다. 앞선 사례의 여고생도 임산부가 보이는 구매패턴을 보이자, 임산부로 예측하고 쿠폰 메일을 발송했던 것이다.

온라인 서점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아마존닷컴에서 책을 구입해 보았다면 한 번쯤 "아마존은 어떻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이렇게 잘 알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마존닷컴은 고객이 구입한 책을 면밀히 분석한 다음, 고객이 앞으로 읽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을 추천하고 이를 살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도저히 책을 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형 마트와 아마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은 이렇게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서 구매성향까지 예측해내는 빅데이터 기법을 사용한다. 과거 단순하고 방대한 자료 덩어리였던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이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분석하여 가치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생성된 정보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거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경제적 기대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아버지보다 딸의 사정을 더 잘 아는 대형마트 같은 사례가 불러올 사회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미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함께 우리 삶을 더 촘촘히 기록하여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인공지능(AI)은 이런 데이터 뭉치를 더 효율적으로 분석하여 앞으로의 일을 예측해 내겠지만, 이는 결국, 빅데이터를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하는 기업이 나도 알지 못하는 내 취향과 행동 패턴들을 속속들이 짚어내고, 가장 가까운 사람도 모르는 내 비밀을 알아챌 수도 있으며, 나아가 한 인간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그 한 예로, 대형마트로부터 딸의 출산용품 쿠폰을 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아예 아무런 쿠폰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예측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을 구분짓고 차별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으로 인한 구조화된 차별은 빅데이터 시대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힌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당신의 경제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버린 기업들이 대형마트 할인쿠폰과 같은 경제적 기회를 아예 박탈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으로 당신의 일자리와 은행 대출 기회 및 건강보험 상품 가입까지 영향을 미쳐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판단들이 내려질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고라는 더 큰 부작용이 신문과 뉴스기사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X-ray와 그 질병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모으면 인공지능을 통해 X-ray만으로도 한국인만의 질병을 간단히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을 바로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빅데이터 수집의 부정적인 측면과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각 개인의 질병 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법적 테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의료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각 병원의 X-ray 데이터는 아직 수집조차 불가능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기술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다만, 무턱대고 기술의 발전에 따른 편리함만을 옹호하기 보다는 발전에 따라 나타날 사회적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미래의 기술 활성화에 대한 올바른 모색을 면밀히 해야 할 자세를 함께 지녀야 할 것이다.

▶NIE 적용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미래의 범죄자를 파악하여 사고를 미연에 막도록 아직 아무 죄도 없는 현재의 범죄자를 처리한다. 누군가의 행동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를 일으킨다고 예측할만한 패턴을 보인다면, 범죄가 있기 전 그를 범죄자로 판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