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 산학협력단장·충북산학융합본부 원장

미래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다. 영국의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Dyson)을 설립한 창업가로서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속이 뻥 뚫린 헤어드라이기 등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가전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5년간 시제품 5천127개 만들고 나서야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완성했다. 5천126번의 실패 경험에서 탄생한 것이 '성공은 99%의 실패로 이뤄진다'는 유명한 그의 지론이다. 산업디자이너, 혁신가, 엔지니어, 기업가 등의 수식어가 그의 위상을 상징한다.

이러한 '영국 제조업의 자존심' 다이슨이 지난달 10일 갑자기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다이슨은 2016년 20억 파운드(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혀 다른'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뒤 500여명의 신규 인력을 이 부문에 투입했다.

다이슨의 포기 상황을 접하는 미래자동차 시장의 평가는 분분하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위축으로 보는 견해와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개발팀이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성'이 없어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이슨의 자동차팀이 개발한 차는 회사 철학에 충실하면서 접근방식도 독창적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의 구매자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양산 과정에서의 수익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이 심화되고 있다. 미래차로의 변혁기를 맞아 '적자생존' 싸움이 치열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에 펴낸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생산·판매·수출 모든 부문에서 자동차 산업의 완연한 하향 추세를 언급했다. 자동차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이고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편 각국의 환경규제와 보조금 등에 힘입어 전기동력차는 매년 20% 넘게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카 등을 제외한 순수 전기차 비중이 1.5%였지만 204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이슨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업계의 혼돈을 대변하는 단어는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이다. 반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자동차 시장은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향후 모빌리티 수단은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 또는 수소에너지를 이용하며 사물인터넷(IoT)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차량 간, 도로 간 소통이 가능한 미래자동차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연적이다. 특히 미래자동차 산업 중심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화가 빨라질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030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았다. 충북도 이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와 수송기계 부품 전자파센터를 구축해 관련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자동차 산업 기술 혁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선 미래자동차 산업 분야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어서 희망적이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기업에게 혜성처럼 등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이슨의 사업 포기에서 보듯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조·부품·ICT 등의 융합이 가능한 충북의 강점을 면밀히 살피면서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청주대 산학협력단장·충북산학융합본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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